• Total : 2346066
  • Today : 732
  • Yesterday : 933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2112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고향 -정지용 물님 2011.02.01 2269
232 물님 2011.01.25 2256
231 그대가 곁에 있어도 물님 2011.01.17 2705
230 길 잃고 [1] 물님 2011.01.12 2694
229 새해 첫 기적 [1] 도도 2011.01.01 2252
228 풀꽃 [1] 물님 2010.12.30 2056
227 가장 좋은 선물은 ? 물님 2010.12.23 2073
226 사랑 요새 2010.12.11 2214
225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2275
224 밥이 하늘입니다 물님 2010.11.29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