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2010.09.09 09:13
이 병 창
길을 보면 가고 싶다
가을걷이 끝나가는
산길을 돌아서
마침내 석양이 지는 곳
퇴적암처럼 쌓여진
나의 이별들을
지우고 또 지우다가
이제는 어떤 산새의 울음 소리
흘러가는 물 소리에도
귀를 닫고 가는 길
이승의 길들은 모두
나에게로 가고 있다.
이렇게 끝이 날 수는 없다고
소리 죽여 울고 있는 산천
바로 이 길을 따라서
나는 길 없는 저 산 너머로
노아의 배를 만들러 가야 한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모두 지나가 버린 길을 보면
나는 숨이 차다
길을 가면 나도
길이 되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 |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 키론 | 2011.11.21 | 4065 |
92 | 약수정 오늘 이시는 내가만든 지붕을 부셔줬다 [3] | 하늘꽃 | 2008.06.30 | 4065 |
91 | 김남주, 「추석 무렵」 | 물님 | 2011.09.14 | 4062 |
90 | 파랑새를 찾아서...(한글판요^^) [1] | 이규진 | 2009.06.26 | 4061 |
89 | 내가 사랑하는 사람 | 물님 | 2012.03.19 | 4060 |
88 | 나는 나날이 | 운영자 | 2008.06.18 | 4053 |
87 | 설정환, 「삶의 무게」 | 물님 | 2012.07.12 | 4048 |
86 | 뻘 | 물님 | 2012.06.14 | 4046 |
85 | 가을의 기도 | 물님 | 2012.11.11 | 4043 |
84 | 눈 / 신경림 | 구인회 | 2012.12.24 | 4039 |
아직가지 않은 길.. 더 멀리 가야할 길을 찾아 길 떠나는 님
그 길을 가고 안가고는 그 사람의 마음이겠지만
이승의 모든 길은 나로부터 나고 있으며,
그 길이 바로 '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