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포에서
2010.12.05 19:47
이 병 창
입춘이 지난 철새들은
근질거리는 날개짓으로
시베리아의 꿈을 털고 있다.
배들은 모두 떠나가고
물그림자만 길게 남아서
옛 이름을 지키고 있는 웅포
내 소년기 영혼의 성감대를
열어젖히던 덕양정의 갈대 소리가
오늘은 더욱 푸근하다.
세상은 변한 건 없다.
새롭게 모양 낸 강둑을 따라
여전히 하루에 두 번씩 오고 가는
조수의 흐름처럼
나도 때마춰 너에게
오고 갈 뿐.
이제는 피도 눈물도 썩고 썩어서
어떤 대책도 없는 황토빛으로
흘러가는 금강
아침 노을보다는
더욱 황홀한 석양 끝에 서서
나는 또
기다리고 있다.
네가 질 때까지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3 | 초 혼(招魂) [1] | 구인회 | 2010.01.28 | 2476 |
162 | 선생님 [5] | 하늘꽃 | 2008.11.22 | 2476 |
161 | 빈 들판 - 이 제하 | 물님 | 2012.05.07 | 2475 |
160 | 희망가 | 물님 | 2013.01.08 | 2474 |
159 | 새해 첫 기적 [1] | 도도 | 2011.01.01 | 2473 |
158 | 봄은 울면서 온다 | 도도 | 2014.03.25 | 2472 |
157 | 눈 / 신경림 | 구인회 | 2012.12.24 | 2472 |
156 |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 물님 | 2012.01.02 | 2472 |
155 | 웅포에서 [1] | 하늘꽃 | 2008.06.24 | 2471 |
154 | 봄밤 - 권혁웅 | 물님 | 2012.09.20 | 24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