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2303
  • Today : 775
  • Yesterday : 843


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물님 조회 수:341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 눈물 [1] 물님 2011.12.22 3291
172 오래 되었네.. [1] 성소 2011.08.10 3293
171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3293
170 웅포에서 요새 2010.12.05 3295
169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3296
168 남명 조식 물님 2022.07.28 3298
167 달의 기도 물님 2022.09.19 3299
166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3305
165 나는 눈물을 갖기를 원합니다. [2] 요새 2010.06.19 3306
164 길 잃고 [1] 물님 2011.01.12 3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