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9788
  • Today : 679
  • Yesterday : 1057


벼 - 이 성부

2011.10.03 22:41

물님 조회 수:3693

 
 
 
 

이성부, 「벼」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시_ 이성부 - 1942년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1962년 《현대문학》에 「백주」, 「열차」가 추천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이성부 시집』, 『우리들의 양식』, 『백제행』, 『전야』, 『빈 산 뒤에 두고』, 『야간 산행』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공초문학상 등을 수상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3 물님 2012.06.14 3667
292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3674
291 시론 물님 2009.04.16 3676
290 바람 잘 날 없어라 / 박노해 [1] file 구인회 2010.02.04 3677
289 이기인- 소녀의 꽃무뉘혁명 [1] 물님 2012.01.13 3679
288 가졌습니다 하늘꽃 2008.01.08 3684
287 나에게 사명 완수한 시 소개 합니다 [1] 하늘꽃 2008.02.01 3686
286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3688
285 그대는 웃으려나 /함석헌 구인회 2012.10.27 3689
284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3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