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0096
  • Today : 987
  • Yesterday : 1057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3832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3 눈물 [1] 물님 2011.12.22 4038
252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4037
251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이중묵 2009.03.03 4035
250 희망 [8] 하늘꽃 2008.08.19 4033
249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4027
248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4025
247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4019
246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닙니다 [1] 물님 2010.03.17 4019
245 고백시편 -13 [2] 조태경 2008.06.14 4006
244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