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1277
  • Today : 946
  • Yesterday : 1222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3843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3 "되어보기" 를 가르쳐 주는 시(3차 심화과정 중) [4] 포도주 2008.08.11 4110
162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4115
161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닙니다 [1] 물님 2010.03.17 4120
160 고백시편 -13 [2] 조태경 2008.06.14 4122
159 눈물 [1] 물님 2011.12.22 4123
158 이육사 유고시 -광야 물님 2021.06.10 4124
157 바닷가에서 요새 2010.07.21 4126
156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4128
155 풀 - 김수영 [1] 물님 2011.12.11 4130
154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4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