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9104
  • Today : 1052
  • Yesterday : 993


설 밑 무주시장 / 이중묵

2009.03.03 11:16

이중묵 조회 수:3992

설 밑 무주시장
  이중묵


설 밑 대목장을 사흘 앞둔 무주엔
오일장이 구수한 순대국을 끓이고
사람들은 지난 장날 만나고 또 만나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끓인다.
그제는 영동 가고, 어제는 보은 가던
옛날의 옷장수 아낙에게도
어제는 안성 가고, 그제는 장계 가던
옛날의 소장수 사내에게도
예순 번도 넘게 설을 안겨준 시장.

어쩌다 한번
젊은 사람들이 오가는 무주시장은
벌건 대낮부터 술판에 앉아
술잔 속에 이야기를 따르는 사람들의
술병 수만큼이나 패인 주름을
감춰주려 하지도 않고
할아버지와 순대국밥을 나누어 먹은
손녀의 고사리 손에
같잖은 비닐봉투를 장바구니로 들려주지만
옆에 선 아파트의 높은 벽에
석양빛 불그스름 물들
내일을 기다린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3 평화의 춤 [1] 물님 2009.05.18 3491
242 님의 침묵 [1] 물님 2009.05.29 3702
241 당신은 file 물님 2009.06.01 3702
240 그대들의 문은 열려있습니다 [3] file 구인회 2009.06.13 3512
239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3720
238 파랑새를 찾아서...(한글판요^^) [1] file 이규진 2009.06.26 3599
237 세가지의 영혼, 세가지의 기도 [2] 물님 2009.07.02 4043
236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2] 물님 2009.07.03 3721
235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물님 2009.08.31 4003
234 당신의 모습 [1] 물님 2009.09.01 3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