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산을 그리며
2008.08.02 08:10
천산(天山)을 그리며
-2차 에니어그램 소감-
천산산맥의 수많은 설산들을 보았는데
키르키스탄 수도 비슈켁 근교에서 바라 본
봉우리 하나가 나를 늘 잡아 다닌다.
내가 몸을 벗고 떠날 때 쯤
그곳에서 나는 승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부고를 돌리고 어쩌고 하는
절차를 생략하고
그냥 영원의 하늘로 날아가는 붕새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지구는 사랑해선 안 될 것들을 사랑한
보응으로
허무를 배우는 수련장이었다.
그 허무의 알자리에서 깨어 나오는
영혼의 학교였다.
처음부터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도 코도 귀도
생각과 느낌과 하나하나의 행동까지도
내 것은 없었다.
나 아닌 것들을 나로 알고 살아온 세월을
마감하고 돌아가는 날
나는 나의 허무와 이 세상의 허무를
다시 돌려 바쳐 드릴 것이다.
여한 없이 경험한 지구의 허무를.
물
댓글 4
-
구인회
2008.08.02 10:41
-
새봄
2008.08.02 12:11
그리운 물님..!
먼 곳에서 늘 님을 기억합니다.
님을 만난 이 곳 지상의 삶은 그녀에겐 축복입니다.
요사이 편찮으시다는 소식 듣고는
..마음 아파합니다.
당신의 섬세한 마음결 내 것처럼 느끼는 지금
사랑이 많아서
한없이 쓸쓸했을 당신의 가슴..
-
타오Tao
2008.08.03 15:16
...피와 살과 눈물로 쓴 물님의 글...공감과 절감으로 떨립니다...
요즘 쓸개의 정서가 강하게 느껴지는 당신의 에너지에 염려와 사랑의 기운을 보냅니다..
부디 건강과 평화를... -
포도주
2008.08.05 23:07
나비 한 마리,
허무의 수련장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들에게
눈물겨운 말을 건넨다
.
어느 것 하나도 내 것인 것은 없는 거라고
이젠 허무의 알자리에서 깨어 나오라고
나 아닌 것들을 나로 알고 살아온 세월을
마감할 준비를 하라고
함께 붕새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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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짠 비단으로 옷을 입고
죽음도 없이 승천도 없이
붕새가 되어 영원의 하늘을 나는 이
난 그분을 물이라 부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