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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취하는 날

2009.11.28 22:40

물님 조회 수:8240

새벽부터 취하는 날

                                          물

 

새벽꿈에 디오게네스가 찾아 왔다.

진실한 자가 독배를 마셔야 하는

세상을 거부하고

거지(居地)로 살았던 사람

길들여진 애완견의 세상에서

대낮에 등불을 들고

인간을 찾아 헤매던 사람

이 새벽 나를 찾아 온 꿈속의 디오게네스는

신수가 훤하다

천국에서 서민 아파트라도 분양 받은 탓일까.

요즘 세상 살아가는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하시겠느냐고 묻자

‘우주적으로 사고하고

지구적으로 살아야지요‘라고 답한다.

'그거야 새 술을 마시고

새 옷 입고 살라는 말씀 아닙니까?'

디오게네스가 웃는다.

살아생전에 웃지 못한 웃음

이제야 웃는다고 허리를 잡고 웃는다.

어제 밤 마신 술이 아직도 안 깻지만

그냥 말 수 없다고 말한다.

 

오늘은 새벽부터 취하는 날이다.

               2009.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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