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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 김재진

2011.03.06 15:09

만나 조회 수:2280

비상 飛翔 

                                                김재진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오랜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농아처럼

하염없는 길을 걸어 비로소 빛에 닿는

생래生來의 저 맹인처럼

살아있는 것은 저마다의 빛깔로

부시시 부시시 눈부실 때 있다.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내다 버리고 싶어도 버리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이 인생.

덫에 치어 버둥거리기만 하는

짐승의 몸부림을 나는 이제

삶이라 부르지 않겠다.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숨막힘,

사방으로 포위된 무관심 속으로 내가 간다.


단순히

우리가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넘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모든 넘어진 것들이 일어서지 못하는 것은 그렇듯

넘어짐 그 자체 때문이 아니다.

일으켜 세우는 자 없어도 때가 되면

넘어진 자들은 스스로 일어나는 법.


 


잠들지 마라 내 영혼아.

바닥에 닿은 이마를 들어 지평선 위로

어젯밤 날개를 다쳤던 한 마리 새가

힘겹게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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