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27028
  • Today : 1236
  • Yesterday : 1246


Guest

2008.11.17 15:01

여왕 조회 수:1515

그는 뒤돌아 앉아 있었다.

등판이 든든한 남정네같이



그는 기다렸다고 한다.

오늘 내가 나타나기를.




그는 지고지순한 내 첫 사랑과 같은

사랑을 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제 찾아왔느냐고  조금은 서운한 듯 했지만

눈빛은 다정 했고 따듯했다.

인고의 세월동안  너무 많이 늙어있었던 그.



하지만 외딸고 높은 산꼭대기에

아주 듬직하게 깊은 덕을 담은 채 노년의 지혜와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그의 안 정원은 삽상한 바람 한줄기와 따사로운 늦가을 햇볕 한 줌으로

향 짙은 노란색의 국화를 피우고 있었다.

외부와는 다른 아주 부드럽고 살가운 속살과 같은 정겨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들리는 듯 했다.

백 마리의 말을 키울 수 있는 장소라고 했던가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젊은이들이 펄펄 끓는 성질에 항아리라도 깨고 싶은 심정으로

항아리 속 된장처럼 수도원 절 안에서 도를 닦던 소리가.




이 가을 화암사를 만난 나는 얼마나 풍요로운 호사를 누렸는지.

45세부터 55세까지가 초로라고 한다.

이제 초로에 들어선 나로서는 잘 늙은 절, 화암사를 만난 것이 참으로 행운이었다.

그래 그런 모습으로 늙어가는 거야.




바람결에 들리는 그의 섭섭함이 가득한 잘가라는

소리를 가슴으로, 등으로, 옆구리로 들으며

돌아오는 내내 그가 얼마나 눈에 밟히든지......




내 첫사랑과 같은 화암사 안녕~~~~~~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4 나에겐 내가 있었네... [2] 창공 2011.10.23 1432
603 비올 것 같은 회색빛... 도도 2012.02.28 1432
602 Guest 운영자 2008.05.29 1432
601 지구여행학교 제25회 인도여행 file 조태경 2015.04.10 1431
600 6기영성수련1 이강순 2012.02.15 1431
599 Guest 운영자 2007.09.01 1430
598 Guest 박철완 2007.05.06 1430
597 Guest 조태경 2008.05.22 1429
596 Guest 소식 2008.02.05 1429
595 섬진강의 애환과 망향 탑의 향수 [1] 물님 2016.07.24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