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2535
  • Today : 1001
  • Yesterday : 1259


한동안 그럴 것이다

2011.05.05 06:28

물님 조회 수:1646

 

 

     한동안 그럴 것이다

                              윤 제림

한 젊은 부부가,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를
공원에 데리고 와서 사진을 찍는다.
그네 위에 걸터 앉혀 놓고 이리 찍고 저리 찍고,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저러다가 어느 날, 언제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을 잊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놀라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아이가 자신들의 가슴속에
푸욱 들어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이는 한동안 부모의 가슴에 갇혀 자란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이는 부모의 가슴에 난 작은 틈을 찾아내
문을 낸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그 문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온다.

또 어느 날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 하날
양손에 붙들고 와서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필림 한 통을 다 찍는다.
한동안 그럴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물님 2012.01.02 1858
232 킬리만자로의 표범 [2] 물님 2011.07.03 1854
231 지금 봉선화를 찾으시나요? [5] 하늘꽃 2008.08.26 1851
230 새해 다짐 -박노해 물님 2023.01.04 1848
229 바다 [3] 이상호 2008.09.08 1845
228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1843
227 새해에는 단 하나만을 - 박노해 물님 2022.01.08 1840
226 나는 나날이 운영자 2008.06.18 1830
225 꼬리잡기 [5] 운영자 2008.09.15 1825
224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물님 2021.08.11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