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1125
  • Today : 1003
  • Yesterday : 927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2563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3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이중묵 2009.02.04 2546
232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2547
231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2548
230 내가 사랑하는 사람 물님 2012.03.19 2549
229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2549
228 어떤 타이름 하늘꽃 2008.07.01 2550
227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2551
226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555
225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2557
224 이홍섭, 「한계령」 물님 2012.06.21 2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