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91658
  • Today : 1242
  • Yesterday : 1813


10월

2009.10.12 21:49

물님 조회 수:6187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 꽃 꺾어 그대 앞에 [1] file 구인회 2010.01.30 5799
182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file 구인회 2010.01.29 5746
181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5741
180 생명의 노래 [1] 구인회 2010.01.27 5459
179 전라도길 구인회 2010.01.26 5906
178 보리피리 [1] file 구인회 2010.01.25 5900
177 나는 천개의 바람 [2] 물님 2010.01.24 6339
176 봄날에 [1] 요새 2010.01.01 5793
175 그 꽃 [1] 물님 2009.11.22 6240
» 10월 [1] 물님 2009.10.12 6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