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60200
  • Today : 1066
  • Yesterday : 1075


조문(弔問)

2010.12.26 07:56

물님 조회 수:3881

 

 

조문(弔問)

 

 

일몰의 때가 오면

웅포의 덕양정 정자 아래

서쪽 바다에서부터 밀려 온 역류의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반역의 물살을 가슴에 담고

한겨울 밤길을 걸어가던 둑길에서

나는 내 청춘을 담금질했고

영혼의 나이테가 금 그어졌다.

그런데 오늘 찾아 온 강물은 신음소리 조차 없다.

긍정도 부정도 없이 조용히

썩어가고 있을 뿐.

이미 똥구멍이 막혀 버린 강물 속에는

하늘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것이

죽음보다 수치스러울 때도 있다는 것을

거세당한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인간 세상의 꼬라지를

흐르지 못하는 강물이 보여 주고 있다.

나는 오늘 금강을 조문한다.

흘러야 할 것들이 흐르지 못하는 세상을

함께 조문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0 북소리 [3] file 하늘꽃 2010.01.09 3656
69 보르미 결혼식날~ [2] 에덴 2010.04.26 3656
68 길에서 [2] 마음 2010.12.03 3656
67 당신의 작품 속에는 [4] 도도 2010.01.31 3660
66 2010 송년모임 [1] 에덴 2010.12.20 3662
65 새가 되어 [2] 요새 2010.04.24 3667
64 주전자 명상 [1] 도도 2011.01.15 3667
63 道峰에 오르며 에덴 2010.04.22 3675
62 사랑하면 [3] 요새 2010.02.11 3676
61 꿈을 안고 살아 가는 넌... [3] 요새 2010.06.01 3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