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 윤동주
2010.02.08 15:09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異國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잼',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자랑스런 풀이 무성할 거란 그의 시구처럼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03 | 새-천상병 | 물님 | 2011.10.31 | 5866 |
402 |
불재
[12] ![]() | sahaja | 2008.05.22 | 3974 |
401 |
사월의 기도
[8] ![]() | 운영자 | 2008.04.20 | 3750 |
400 | 알마티 가는 길 [1] | 물님 | 2005.12.17 | 3488 |
399 | 아프리카로 가는 길 | 이병창 | 2005.09.05 | 3341 |
398 |
키르키스탄 이슼쿨 호수에서
[1] ![]() | 송화미 | 2006.04.23 | 3323 |
397 | 별 헤는 밤 - 윤동주 | 도도 | 2020.03.02 | 3269 |
396 | 물님의 당신의 복음서 [1] | 운영자 | 2007.02.07 | 3261 |
395 | 아들에게 | 이병창 | 2005.09.05 | 3246 |
394 | 쉼표이고 싶다 | 운영자 | 2006.01.09 | 31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