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물
2011.05.24 00:55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73 | 이별1 | 도도 | 2011.08.20 | 2767 |
172 | 밥이 하늘입니다 | 물님 | 2010.11.29 | 2771 |
171 |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물님 | 2009.08.31 | 2773 |
170 |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 물님 | 2012.04.07 | 2776 |
169 | 원시 -오세영 | 물님 | 2012.07.01 | 2777 |
168 | 어떤바람 [2] | 제로포인트 | 2016.04.04 | 2778 |
167 | 웅포에서 | 요새 | 2010.12.05 | 2780 |
166 |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 물님 | 2012.05.15 | 2782 |
165 | 풀 - 김수영 [1] | 물님 | 2011.12.11 | 2784 |
164 | 새해 다짐 -박노해 | 물님 | 2023.01.04 | 2785 |
제얼굴
제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가는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