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 귀신사 방문
2014.05.06 22:31
귀신사
이승의 세월이
사람 목숨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마침내 돌아가야 할
사람의 자리가 어디인가를
귀신사 오래 묵은 기둥이
말해주고 있다.
조석으로 변해가는 세상 인심만
탓하지 말고
너부터 너를 믿어보라고
다시 너를 챙겨보라고
안개 같은 세상
그만 붙잡으라고
말씀하고 있다.
귀신사 뒷모습이 아름다운 절
돌계단을 밟아오르는
나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진다.
--- 이병창 제2시집 <메리 붓다마스>에서
법당문이 여느 때보다도 더 활짝
열려 있다.
축하 화분도 줄지어서 가지런히 곱다.
마당에는 의자들이 정갈하게 놓여있고
색없는 단청이 오래오래 자연스럽다.
무여스님의 염불소리가
단전을 울리고 가슴을 적신다.
세월호의 아픔이 여기모인 이들에게도
어김없이 진동한다.
물님의 축사는
한 울림으로 울도 담도 없는
우주를 넘나든다.
삼층석탑 앞에 올라 돌아보니
치맛자락을 여민 단정한
여인의 뒷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자신이 어리석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현명하다."고
햇살에 기왓장 하나가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