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
2024.08.10 14:42
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
숨 이병창
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
우주가 외롭지 않을 거야
하나의 점에서
모든 시작이 되었다는 것을
나는 그대에게
말하고 싶어
나와 너가 함께 있는 점
나도 없고 너도 없는
단 하나의 점.
내일 해가 뜬다면
그대가 하나의 점을
소원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겠어
그대는 나의 기적이야
이 꿈의 세상에서
그대는 나의 기적을 나누는
사랑이지
꿈의 뿌리를 찾아가는
도반이지.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느냐? 고 물어보곤 한다. 내가 이 질문을 하는 것은 10에 9은 이 질문에 대하여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어진 대로 살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질문에 3초 이내로 대답하는 특징이 있다.
나의 물음에 대하여 매우 인상적인 대답을 한 사람 중에 일본인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저는 하나의 점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이라는 시 한 수를 적어 주었다. 그와의 인연은 한국의 절과 암자에 대하여 적은 나의 네 번째 시집 “하마터면”의 표지에 점을 찍은 이유가 되었다.
발은 과거에서 현재로 온다. 팔은 미래를 당겨 현재로 온다. 걷는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교차점을 통과하는 여정이다. 과거의 상징은 신발이다. 과거의 신발을 벗고 지금 이 순간에 서 있을 때 그는 한 점이 된다. 점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는 더 이상 나누어질 수 없는 선이라 했다. 선은 점의 연결이다. 점은 공간이고 선은 시간이다. 공간과 시간이 교차하는 만남 속에 인생이 있다.
모세에게 신은 ‘네가 선 땅은 거룩하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5 )고 말씀했다. 그때 모세는 신발을 벗어 한 점이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소명의 길을 걷게 되었다. 양 치는 목자에서 민족을 해방하는 지도자가 된 것이다.
그는 지팡이 하나만 들고 동족들이 노예살이하고 있는 이집트를 향해 길을 떠났다. 그 길은 머리를 비워 발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지구에 보내어진 자신의 소명을 깨닫는다는 것은 먼저 점이 되고 선이 되는 길을 떠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여기로 이어지는 영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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