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산 미황사 - 숨 이병창
2019.06.30 03:58
달마산 미황사
숨 이병창
노을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자자한 미황사 응진당
기단석에 앉아 있노라니
요사채 지을 때 쓰러져있던
동백나무가 환생해 보인다
사라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문득 확인하는 순간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듯
보길도에서 실어와 세웠다는
대웅보전 느티나무 기둥이 우람하다
달마산 바위들은 이미 부처로 앉아계시고
내려다보는 세상은 한없이 넓은데
눈으로 듣고
귀로 보는 세상이 될 때까지
사람의 세상은 여전히 찢겨져 있겠지
나는 달마산 위의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고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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