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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교회 설립 취지[1989월 10월]

2010.02.03 21:56

구인회 조회 수: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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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교회  설립 취지


    16세기의 종교 개혁가들은 교회가 진정한 교회로 존재하려면 항시 "개혁하는 교회" 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회는 거룩한 기구이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의 문화적 한께성을 지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영원히 새로운 진리를 전달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형식을 항시 새롭게 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청됩니다. 모든 삶의 양식들이 혁명적으로 변화되어가는 오늘의 역사적 현실 속에서 교회가 가진 존재의 이유를 신학적으로 반성하고 그 이유에 적절한 표현을 예배, 봉사, 교재, 선교 등의 기능을 통하여 나타나지 못할 때 맛잃은 소금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카톨릭이 개신교가 되고 개신교는 오히려 구교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항시 개혁하는 교회라는 종교 개혁적 전통을 물려 받았다는 한국 개신교는 과연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까?
카톨릭의 신학자 한스큉은 다음과 같이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굉장한 아이러니의 순간을 보게 되지 않는가? 즉 로마는 개혁자들의'항시 개혁하는 교회' 의 진리에 따라 회심하는 바로 그 때, 개신교는 그들의 생활이 줄곧 개혁되어 왔다고 가상하는 오류에 빠지고, 따라서 복고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인간적인 안정성과 전통주의 또는 형식주의에 깊이 빠져들수록 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유대 율법주의에 대한 과감한 신앙적 개방성이 말살되고 세상을 향하여 열려져야 될 하나님의 은총과 진리의 통로가 막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와중에서 나타나는 심각한 현상은 진정한 국민계층의 소외와 함께 지성인들의 소외가 동시에 교회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의 현실을 살펴볼 때 주체적인 신앙인으로 서는데 있어 가장 큰 방해와 상처를 받는 요인이 바로 교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우리들의 교회가 여러가지 도전과 지탄을 받고 있음에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이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든지 자기 갱신과 교회의 갱신과 이 세계의 갱신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해야 될 사명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갱신이란 벽지를 새로 바르는 방식이 아니라 벽 자체를 새롭게 함을 뜻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교회 갱신을 암시하는 진리를
"새 술은 새 부대에(마 9:17)라는 성서의 말씀에서 발견합니다.
포도주는 인류를 구속하는 그리스도의 피와 하나님의 말씀으로, 부대는 하나님의 말씀을 담는 인간적 도구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부대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포도주를 위한 것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하나님의 백성이며 역사 속에 심어진 씨앗으로서 그리스도의 삶과 십자가요 부활에 동참하여 성령으로 거듭난 신앙공동체입니다.
바로 그 교회가 한알의 밀알 역할을 감당하게 될 때는 60배 100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령의 역사와 은총이 '갱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갱신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교회만이 그리스도의 몸이지 만약 하나님의 새롭게 하시는 창조역사를 거부하고 화석화된 교회공동체라고 한다면, 그 교회는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세상이나 교회를 막론하고 갱신의 기치를 든다고 하는 것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새술을 새 부대에 담고자 했던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처형당했습니다.
또한 영원히 새로운 예수의 진리를 따르고 선포해야 될 교회가 새로와지기를 거부하고 있는 역설적인 현상이 우리의 실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갱신운동은 '오늘의 십자가 사건'이 되고 말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운동은 대중에 의하여 선도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속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새롭게 이해하는 비전을 가진 소수자 곧 하나님에 의해 남겨진 '남은자'에 의하여 추진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와 그의 제자들, 종교개혁자들과 오늘의 선각자들은 모두 자기 십자가를 지고 역사의 중심으로 행진하였습니다. 우리는 그 고난의 행렬에 기쁨으로 동참할 것을 결단하면서 함께 동행하고자 하는 믿음의 형제들을 찾고자 합니다.
우리는 각 개인이 지닌 인간의 개성과 재능이 충분히 발휘되면서 진보적이고 살아있는 교회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귀하의 귀한 결단과 넉넉한 참여를 그리스도 안에서 기대합니다.

                                                      1989년 10월

                                         진달래교회 창립준비위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