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 1장 아하수에로 왕의 잔치와 왕비의 폐위
2021.11.07 07:01
20211031
에스더 1장 아하수에로 왕의 잔치와 왕비의 폐위
숨 이병창
에스더서는 성경 66권 중에 룻기와 함께 여주인공의 이름이 등장하는 성서이다. 두 여인의 신분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한 사람은 왕비였고 또 한 여인은 가난한 이방 여자였다. 지금까지의 역사는 남성이 지배해온 역사이고 그 내용은 전쟁과 투쟁의 역사였다. 억압과 차별에 의해 일어나는 싸움이 그치지 않았던 역사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남성이 지배해온 역사를 뒤집어 표현하면 여성이 억압당해온 역사가 된다. 과거에 한국여인을 대변하는 이미지는 정화수 떠놓고 남편과 자식의 안녕을 기원하는 순결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가족을 위해 무한히 희생하는 모습, 사회적 관습 속에서 차별당해도 저항하지 않는 모습이 여성상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욕구를 죽이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욕구를 위해 자신을 죽이는 일과 같다. 그것은 선善으로 포장된 정신적 노예의 모습이다.
‘한’이란 여성이 자신을 파괴해온 문화의 산물이다. 여성으로서의 ‘나’는 없고 어머니로서의 ‘나’만 있는 왜곡된 사회구조, 그것은 동시에 남성성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보화 사회가 되어 근육의 힘으로 지배하던 남성적 문화가 저물면서 여성의 사회적 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여성부’라는 정부 부처가 존재하는 나라가 되었다. 여성들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으로, 자신 안의 여성성과 남성성이 조화될 수 있도록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각성이 부족하면 남성들이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했던 역사가 이제는 성별만 바뀌어서 다시 반복되는 비극이 벌어질 것이다.
여성은 인간의 어머니다. 어머니의 자궁은 남자와 여자를 모두 잉태한다. 그런데 왜 여자는 인간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편파적인 역사가 이어져 왔었는지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 여성이 해방되어야 할 이유는 인간해방 문제의 뿌리가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삶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살림의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남자들은 집을 세우지만 여성은 가정을 세운다. 가정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남성이 폭력을 쓰거나 여성이 자기중심을 잃어버릴 때, 그 가정은 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대의 비극이 바로 이것 아닌가.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영적 전승들은 창조의 완성점에 여성을 세우고 있다. 여성의 여성다움, 인간성의 여성다움은 인간 의식의 오메가 포인트이다. 그러기에 인류의 희망은 남성, 여성을 막론하고 자신 안의 여성성을 완성하는 데 있다. 가슴이 돌처럼 굳어 있지 않고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 인간다운 인간이다.
@ 1장의 배경
에스더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포로귀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1차 포로 귀환(B.C. 537년)과 2차 귀환(B.C. 458년) 사이 바사(페르시아) 왕 아하수에로(B.C. 485-464)의 통치 당시의 수산궁을 둘러싸고 유대인의 구원사건을 기록하고 있다. 앞에서 다룬 느헤미야의 성벽공사(B.C. 444년) 이전에 있었던 일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국으로 돌아온 일도 구원사건이지만 돌아오지 않고 현지에 남았었던 사람들도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본서는 보여 주고 있다.
1장에는 왕의 180일간에 걸친 호화판 연희와 왕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한 왕후 와스디의 이야기가 등장하면서 왕후 폐위 사건이 기록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에스더의 등장과 유대민족의 구원사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섭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발이 되고 종결이 되어진다는 오묘한 연결을 깨닫게 한다. 왕의 허영과 왕비의 고지식함도 모두 하나님의 손길과 연결되어 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 때는 그 배후에 놀라운 섭리가 깃들어 있다.
아하수에로 왕 3년에 왕은 인도의 북부 지금의 파카스탄 지역에서 구스(에티오피아)까지의 127개 도나 되는 대제국의 대표(약 15,000여 명으로 추산)들을 불러들여 무려 187일 동안 잔치를 했다. 이 잔치를 벌인 이유는 아테네와의 전쟁 준비를 마치고 사기를 드높이기 위해서 벌인 것이다. 제국의 군대 지휘관(보병 1만, 창병 2만, 기병 2만의 편제 지휘관)과 귀족과 총독이 모두 모인 것이다.
아하수에로 왕의 아버지 다리우스 왕은 B.C. 6세기 말에 그리이스와 소아시아 일대를 점령하였다. 그런데 반란 사건이 났고 이어서 아테네와 에레트리아가 반란 성읍들을 원조한 것이 빌미가 되어 4차례의 페르시아와 그리이스 간의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1차(B.C. 492년)에 다리우스는 승리했고 2차(B.C. 490년)에는 6만 대군을 함대에 태워 이끌고 갔으나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 장군 밀티아테스에게 패배하였다.
다리우스는 이후 전쟁 준비를 하다가 사망했고 그 아들 아하수에로는 즉위 후에 2년 동안 아테네 침략 계획을 준비하였다. 1장에 등장하는 잔치는 전쟁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 점검과 함께 제국의 지도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목적으로 행한 것이었다. 아하수에로는 3차 원정인 B.C. 480년에 살라미스해전에서 패배했고 이어 4차 원정인 B.C. 479년에도 아테네 군대에게 패배했다. 그 후 아하수에로 왕은 살해되었다. 17년에 걸친 전쟁의 승자 아테네는 지중해의 해상권을 잡게 되고 그리이스의 중심 도시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 왕은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자
아하수에로 왕은 187일째 되는 잔치의 마지막 날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여자가 남자들의 술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바사의 관례를 깨뜨리는 무리한 명령을 내렸다. 왕후 와스디는 여인들을 위하여 별도의 장소에서 잔치를 주관하고 있었다.
구약을 아람어로 번역한 탈굼(Targum)에 의하면 아하수에로가 속국의 방백들과 어느 나라 여인이 가장 미모가 뛰어난가를 두고 논쟁을 벌인 후에 바사 여인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위해 아내를 불렀다고 한다.
왕비의 폐위를 놓고 조언하는 참모들의 말은 자존심이 상한 왕의 눈치만을 살피는 아부꾼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남편들의 권위를 세운다고 하는 과장된 내용들, 예를 들어 이민족과 결혼할 경우에는 남편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법령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본래의 사건으로부터 한참 나간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왕후 와스디는 규례에 어긋났다 하여 남편이자 왕의 명령을 거역함으로써 공개적으로 왕을 무시하고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다. 자신이 지키고자 한 규례가 제국의 왕으로서의 권위보다 더 높게 생각한 것일까?
아하수에로 왕의 화려한 잔치는 결과적으로 전쟁에 패함으로써 실패한 잔치가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름 없는 유대인 처녀 에스더가 왕비로 간택되어 멸절 위기에 놓인 동족들을 구해내는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알 수 없다. 다만 모든 일을 합력해서 선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믿을 뿐이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때에 이루어진다. 그때가 올 때까지 우리는 믿고 기다려야 한다.
- 축복기도하시는 숨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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