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179
  • Today : 1305
  • Yesterday : 1340


봄밤 - 권혁웅

2012.09.20 13:40

물님 조회 수:1736

                      봄         밤

 

                                                                               권혁웅

 

전봇대에 윗옷 걸어두고 발치에 양말 벗어두고

천변 벤치에 누워 코를 고는 취객

현세와 통하는 스위치를 화끈하게 내려버린

저 캄캄한 혹은 편안함

그는 자신을 마셔버린 거다

무슨 맛이었을까?

아니 그는 자신을 저기에 토해놓은 거다

이번엔 무슨 맛이었을까?

먹고 마시고 토하는 동안 그는 그냥 긴 관(管)이다

이쪽 저쪽으로 몰려다니는 동안

침대와 옷걸이를 들고 집이 그를 마중 나왔다

지갑은 누군가 가져간 지 오래,

현세로 돌아갈 패스포트를 잃어버렸으므로

그는 편안한 수평이 되어 있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지는 않겠다는 듯이

부장 앞에서 목이 굽은 인간으로

다시 진화하지 않겠다는 듯이

봄밤이 거느린 슬하,

어리둥절한 꽃잎 하나가 그를 덮는다

이불처럼

부의봉투처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3 한동안 그럴 것이다 물님 2011.05.05 1715
102 Looking for blue bird.... [3] file 이규진 2009.06.26 1715
101 이별1 도도 2011.08.20 1714
100 별속의 별이 되리라 -잘라루딘 루미 구인회 2012.06.30 1713
99 석양 대통령 물님 2009.05.13 1713
98 간절 - 이재무 물님 2012.09.06 1712
97 까비르 "신의 음악" [1] 구인회 2012.06.26 1711
96 풀 -김수영 물님 2012.09.19 1709
95 나비 (제비꽃님) [1] 고결 2012.07.05 1708
94 행복 요새 2010.07.20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