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함석헌
2012.10.06 08:41
산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03 | 최영미, 「선운사에서」 | 물님 | 2012.03.05 | 2594 |
202 | 흰 구름 [1] | 요새 | 2010.07.06 | 2593 |
201 | 이장욱, 「토르소」 | 물님 | 2012.03.27 | 2592 |
200 |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 물님 | 2009.08.31 | 2592 |
199 | 꽃 -김춘수 | 물님 | 2012.07.24 | 2591 |
198 |
바람의 길목에서 / 이중묵
[3] ![]() | 이중묵 | 2009.01.24 | 2590 |
197 |
바다는
![]() | 운영자 | 2007.09.09 | 2589 |
196 | 귀를 위하여 /물님 | 하늘꽃 | 2007.09.14 | 2586 |
195 | 보고 싶다는 말은 | 물님 | 2012.06.04 | 2585 |
194 | 한동안 그럴 것이다 | 물님 | 2011.05.05 | 25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