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99772
  • Today : 666
  • Yesterday : 1042


새소리를 찾아

2022.06.18 04:47

물님 조회 수:6301




새소리를 찾아/

이병철
엊그제, 지난 15일 오후와 16일 새벽, 지리산 천왕봉 자락에서 에코샾 홑씨의 양경모선생 안내로 새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에코샾 홑씨의 양경모선생은 새소리 탐방 등 생태관련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생태전문활동가인데 올봄에도 몇 차례 새소리를 듣는 프램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나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더니 이번에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준 것이다.
오래전에 내가 환경단체 대표로 있으면서 이끌었던 단식모임에 양선생도 참여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간간히 소식을 이어왔는데 그런 인연으로 이번에 양선생이 귀한 시간을 내어 이런 기회를 특별히 만들어준 것이다.
마침 서울에서 와운 정하 아우 내외가 내려와 함께 이 모임에 참여했다.
이번 새소리 탐방 모임엔 십 여명이 함께했는데, 전북 불재의 진달래교회의 물님과 도도 아우님 내외, 하동 악양의 박남준시인, 지구여행학교의 조태경선생 등 대부분 나와는 잘 아는 이들이라 더욱 반가운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특별히 '환경을 생각하는 교사들' 모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오랫동안 새소리 등을 연구해온 교사 두 분이 양선생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주어 더욱 충실한 자리가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숲마루재는 산자락인데다가 집안에도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어 다른 곳 보다 많은 새들을 만난다. 여름의 매미소리가 집을 에워싸기 전까지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새들의 소리를 듣고 산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새들을 좋아하고 해마다 우편함에 둥지트는 박새에게 기꺼히 자리를 양보하곤 하지만 날마다 내 곁에 와서 노래하고 지저귀는 새들에 대해, 그리고 그 소리들에 대해 나는 잘 알지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한다.
이것은 내가 말하는 존재에 대한,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새소리 탐방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된 계기라 할 수 있다.
이번 새소리 탐방을 통하여 새삼 다시 느끼게 된 것은 자연생태계에 대한 나의 무지함이었다. 말로는 스스로를 생태계 일원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날마다 내 곁에 와서 지저귀고 있는 새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자각을 새삼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소리 듣기를 통해 우리 곁의 지구 형제들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눈뜸의 계기가 되었다 싶다.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울거나 지저귈 때 내는 소리가 다르다는 것도, 구애의 노래, 사랑의 노래는 숫컷만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특히 철새가 수 천리, 수 만리를 날아오는 것은 새끼의 양육에 필요한 풍부한 벌레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도, 최근 지구 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봄철의 기류가 반대로 바뀌는 바람에 철새들이 날아오지 못하거나 수많은 새들이 이동 중에 죽어갔다는 사실은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인간에 의한 환경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로 제 6의 멸종이라고 부르는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기류변화로 인한 재앙이 철새들에게조차 이리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또다른 충격이었다.
이번 새소리 듣기를 통해 우리 곁의 익숙했던 이름과 그 소리들에 대해 좀 오롯하게 귀기울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이 생태맹에서 깨어나기. 그 눈뜸이리라 싶다.
저녁시간에 양선생이 나누어준 카드 가운데 내가 받은 것은 호반새였다. 짙은 황톳빛의 새인데 울음소리가 독특했다. 어쨌던 이번에 내게로 온 새이니 앞으로 새의 이름으로 부르는 내 이름은 호반새로 하기로 한다. 나의 나무인 구상나무와 함께 나의 새로 호반새가 생긴 셈이다.
이번 새소리 듣기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내게도 익숙했던 박새, 휘파람새, 꾀꼬리, 파랑새,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멧비들기, 지빠귀. 소쩍새 등과 함께 벙어리뻐꾸기, 쇠유리새, 쑥독새, 두견이, 직박구리, 산솔새 등의 울음소리도 새롭게 듣게 되었다.
아직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지만 다행이 소개해준 멋진 앱을 통해 귀를 여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홑씨의 양선생과 두 분 교사, 그리고 함께한 벗들에게 감사드린다.
멋진 시간이고 경험이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기를 마음 모은다.
13김용석, Jae Hyoung Lee, 외 11명
댓글 1개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