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와서야
2016.07.31 06:34
지리산에 와서야
밥을 먹으면 똥 나오고
그 밥 안 먹으면
똥도 나오지 않겠지
순서의 문제일 뿐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인 것이지.
안개 싸인 지리산 자락에서
산의 높이를 가늠하다가
계곡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바라보았어.
깊이 없는 높이
높이 없는 깊이가
없다는 것을.
지리산에 와서야
아내의 박꽃 같은 웃음 속에
얼마나 깊은 눈물이 있었는가를
보았어.
눈물이 웃음이고
웃음이 눈물인 것을.
똥과 밥이 하나인 것을 모르고
똥만 더럽다 하는 세상에서
밥, 산, 아내와 하나 되지 못한
나의 회한
가도 가도 한없이 서러운 무지를
밤새 소리쳐 토해내었지
지리산에 와서야 나는
나를 통곡하는 눈물을 만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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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끝에서 나도 통곡시동 걸릴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