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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최고점 '중2병'

2013.07.13 11:56

물님 조회 수:3149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사춘기의 최고점 '중2병' 대탐구

반 애들이 보는 앞에서 선생님에게 질 수 없다는 허세와 엄마에게 밀릴 수 없다는 오기 그리고 친구 패거리에 대한 집착으로 귀결되는 중2병. 세상이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소리치며 지질해 보일 바엔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오 마이 갓!"이란 탄식이 절로 나온다.


 

 

중2병, 사춘기의 다른 이름

 

요즘 '중2병'이 화두다. 아이가 말대꾸만 해도 중2병이라 하고, 허락받지 않고 머리 염색을 하거나 치맛단을 줄여도 중2병인 것 같다고 하소연이다.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이유 없이 반항하고 속을 썩이면 중2도 아닌데 그런다고 걱정을 한다. 중2병의 본래 뜻은 중학교 2학년 또래의 사춘기 청소년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적인 상태를 빗댄 말로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자신은 남과 다르다' 혹은 '남보다 우월하다' 등의 착각에 빠져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일종의 인터넷 속어다. 1999년에 일본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처음 사용됐는데, 그 뒤 우리나라에서는 의미가 조금 변질돼 연령대를 불문하고 사용된다. 중2병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널리 알려진 중2병의 전형적인 '증상'을 살펴보면 된다. '서양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맛도 없는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다, 인기 밴드에 대해 뜨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정색한다, 무엇이든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에게 프라이버시를 존중해달라고 말한다, 사회와 역사에 대해 좀 알게 되면 '미국은 추잡하다' 라고 한다등이 있다. 사춘기 특유의 감수성과 상상력, 허세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 할 점이 있다. 왜 중학교 2학년이 사춘기 특유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대표 학년으로 지목됐는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꼽았다. 아직 성인에 미치지 못하는 초등학생과는 달리 성인에 가깝게 신체 발달이 이루어지는 시기라는 점과 대학 입시에 부담이 큰 고등학생과 달리 상대적으로 학업에서 자유롭다는 점 그리고 인터넷 발달로 정보 획득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요즘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이 사춘기의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요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은 없다. 이것은 어른과 아이가 접하는 정보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없어진 것이다. 과거에 어른이 어른일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모르는 정보를 먼저 배워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 비해 지식이 달리는 형국이다. 그러니 아이들을 통제할 수도 통제될 리도 없는 것이다. 비록 그것이 어른의 지혜가 아닌 단순 정보에 불과한 지식이라도 말이다. 한창 반항기에 접어든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랄까.

무엇이 괴로울까?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2012년 상담 경향 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청소년들의 상담 요청 고민들은 가족, 일탈 및 비행, 학업과 진로, 성, 성격, 대인관계, 정신건강, 생활습관 및 외모, 컴퓨터·인터넷 사용, 정보 제공, 법률 정보, 활동, 기타의 13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그중 총 1만1백66건의 상담을 분석한 결과 우울·위축, 강박·불안, 충동(분노) 조절 문제, 자살·자해 등 정신건강과 관련된 상담이 전체의 약 25.5%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대인관계(24.9%), 가족 문제(14.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상담 요청 학생은 중·고등학생이 가장 많았고, 호소 영역별로는 초등학생은 가족 문제, 중학생은 대인관계, 고등학생은 정신건강에 대한 것이 많았다.

남녀 청소년의 호소 유형에도 차이가 있었다. 남학생의 경우 인터넷 과다 사용이나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격, 학교폭력, 학교생활 부적응, 등교 거부 등 주로 외형적인 행동으로 문제를 드러내는 경향이 강했고, 여학생의 경우 소극적이고 과민한 성격이나 친구관계, 따돌림 및 왕따, 자해와 자살 문제 등 관계와 성격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히, 자해와 자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향은 여학생이 훨씬 두드러졌다.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강금주 변호사는 1980년대 후반 정도까지는 이성 문제로 인한 상담 요청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 성격이나 외모 고민, 친구 문제 정도다. 친구 문제의 내용도 싸운 친구와 화해하는 방법이나 진정한 친구 찾기와 같은 다소 순수한 고민들이 주를 이뤘다. 그런데 2000년을 지나면서 그 상담 내용은 급속히 변했다. 무엇보다 성 문제에 대한 변화가 크다. 단순 이성 교제나 성 지식에 대한 고민에 지나지 않던 질문은 완전히 끊겼다. 인터넷을 통해 다 충족되기 때문에 궁금한 점이 없어진 것이다. 대신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 성 관련 문제들에 대한 문의가 증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전에도 이런 문제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쉬쉬하던 것과는 달리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로 변한 데다 성교육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강 변호사는 청소년 성 문제의 경우 완전히 '성인 사회의 축소판'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성추행 같은 일은 보상받을 수 있는 '건수'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어 놀라움을 자아내고 있다.

부모는 아이를 너무 모른다

 

사춘기 자녀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덩치까지 커버린 '어른 아이'의 폭주를 감당하지 못해 두려움마저 느끼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변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사춘기 문제들의 종류가 늘고, 그 내용이 다양화되긴 했지만 이전에 없던 문제가 새로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금 부모들이 겪고 있는 아이들의 문제는 이전에도 있어왔던 것이며 오히려 변한 쪽은 부모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은 기본적으로 사춘기 아이들의 특성조차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기초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아이'의 이야기일 뿐, 자신의 아이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이 문제가 어렵고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아이를 파악하지 못하니까 말이다.

아이에게 직접 도움을 주고 해결하기보다는 학원에 보내듯 외부의 도움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정신과 진료를 받게 하고 있다", "무료 상담이라 효과가 없는 것 같아 유명 심리치료로 바꿔주었다"라면서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면피하려 한다. 자신은 할 도리를 다 했다는 것이다. 분명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부모가 아닌 타인에게 아이를 무조건 맡기려는 자세는 되레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심지어 일부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스스로 장애아라고 받아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또 전문가들은 사춘기 자녀 문제에서 일정 부분 학교 선생님의 권위를 인정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의 학교생활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분명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알고 있는 자녀의 모습은 극히 일부다. 학교에서의 내 아이, 친구들 안에서의 내 아이는 집에서의 모습과 완전히 다를 수 있다. 비록 선생님에게 조금 부족한 면이 보일지라도 최소한 아이들 앞에서는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태도를 유지할 것을 전문가들은 권했다. 그래야 아이들도 선생님 말을 듣고 학교생활 또한 지도가 가능해진다.

결과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

 

'상상 속의 관중'이라는 말이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그만치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단순히 '쪽팔리다'라는 이유로 격렬하게 반항하거나 거부하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를 '남과 다르다'라고 전제하며 사고한다. 예를 들면 어른들 눈에는 위험천만해 보이는 오토바이를 면허도 없이 운전해 질주하는 데에는,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달이 우리 아이들의 사춘기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인터넷 게임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나쁜 성인문화까지 빠르게 배운다. 아이들은 자살부터 왕따까지 모방하기가 무척 쉬워졌다. 여기에 학업 스트레스까지 더해져 무기력증이나 우울증, 폭력적인 성향까지 정신적인 고통도 추가됐다. 사춘기 아이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는 과업을 진행 중이다. 중2병이란 '병' 앞에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다. 사춘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될 수는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다 거쳐가는 과정이다. 아이가 말대꾸를 한다면, 아이가 방문을 잠그기 시작했다면, 아이가 머리에 염색을 하고, 교복 치마를 짧게 수선했다면 일단 화를 내기에 앞서 어떤 '단계'에 들어섰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가 훈육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도 된다. 시간을 들여 관찰하면 부모는 본능적으로 다 알게 돼 있다. 관찰하고 대화하자. 어쩌면 그것으로도 많은 것을 풀 수 있다. 어떤 부모는 "담배 냄새를 폴폴 풍기는 녀석과 무슨 대화를 하냐"라고 성토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아이와 마주 앉은 덕택에 아이의 흡연 사실을 알게 됐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중2병도 결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몸부림이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너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애기해주어야 한다. 분명한 기준을 정하고 끝없이 대화하면 된다. 말을 해도 먹히질 않는다는 정도로 끝내는 게 아니라 아이가 받아들일 때까지, 아이가 변할 때까지 말하는 게 적정한 양이자 기간이다.

 

1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2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3 오랜 시간 망상에 빠져 스스로를 만화 주인공으로 생각할 때가 많다.
4 나 자신이 우울증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5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오글거리는 글을 많이 적어놓는다.
6 유난히 이성 앞에서 허세를 부린다.
7 비현실적인 소설을 쓴다.
8 혼자서 중얼거린다.
9 칼을 갖고 다니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0 파멸·피·광기 등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를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11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이유 없이 강하게 대한다.
12 뭐든 부정적으로 보는 성향이 크다.
13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말을 내뱉고는 멋있다고 생각한다.
14 나는 남들보다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15 스스로 큰 상처를 갖고 있다고 여긴다.
16 온라인에 쓰는 글에 '…'를 많이 붙인다.
17 주먹으로 벽을 치거나 가래침 뱉는 걸 자랑스럽게 여긴다.
18 깡패를 우상이라고 여긴다.
19 종종 자살을 생각한다.
20 아무 이유 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남들을 바라본다.

-체크된 항목이 10개 이상이면 중2병, 15개 이상이면 남에게 민폐 끼치는 수준, 18개 이상이면 상담이 필요하다.

 

 

중2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아이들의 실제 고민은 무엇일까?

 

사례 1

인터넷 게임에 중독됐어요(고3 남학생)

 

갑작스러운 부모의 이혼으로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한 A군. 학기 중에는 컴퓨터 때문에 매일 지각해 학교에서 징계까지 받았다. 방학 중에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게임만 할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상담은 이렇게:

A군과 A군의 어머니는 5개월 정도 각각 개인 상담을 받았으며, A군은 추가로 인터넷 중독 치유 학교에 다녀왔다. 현재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고 있으며,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 입시에 도전 중이다. 또한 체력관리를 위해 복싱학원에 매일 다니고 있다.

사례 2

 

끊임없는 자살 시도. 죽고 싶어요(중3 여학생)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와 함께 사는 것이 너무 괴로운 B양.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외롭고, 우울한 감정을 느낀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 학비는 물론 급식비를 내는 것도 어려운 형편이다. 모든 것에서 좌절을 느끼며 집에 혼자 있을 때 습관적으로 손목을 칼로 그어서 자해를 했다. 또 자살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상담은 이렇게:

인터넷 채팅을 이용한 사이버 상담을 통해 개인 상담을 받게 된 B양. 상담자는 경제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었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와 약물치료를 받도록 하면서 상담을 병행했다. 그동안 힘들었던 속마음을 표현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안정이 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며 친구를 사귀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해주었다.

사례 3

 

친구 없는 학교생활이 무척 힘들어요(중3 여학생)


 

이사 이후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등하교를 하지 않게 되면서 그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와 학교 내에서 따돌림을 받게 됐다는 C양. 다른 친구들을 사귀어보려 해도 이미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친해진 아이들 틈에 끼는 것은 어려웠다. 친구 없이 혼자 학교생활을 한다는 것이 무척 힘들어 아침마다 울면서 학교에 간다고. 곧 2박 3일간의 학교 수련회가 있는데 친구 없이 잠까지 자야 하는 그 상황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고 호소했다.

상담은 이렇게:

힘들어하는 C양에게 충분한 공감을 해주며 정서적인 안정을 찾도록 했다. C양이 친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들을 같이 탐색해보았고, 어떻게 하면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지도해주었다. 또 수련회 참가 부분은 담임교사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도록 권유했다.

사례 4

 

욱하는 성격, 친구를 때리게 돼요(중1 남학생)

 

운동선수를 목표로 하다가 그만둔 D군. 그로 인해 기초 학습이 부족해 수업시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고,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욱하는 성격에 자격지심까지 더해져 힘이 없는 친구를 때리기도 했고, 학교 선생님들과 문제를 자주 일으켜 결국 강제 전학 직전에 이르게 됐다.

상담은 이렇게:

D군은 자신도 착해지고 싶고, 성숙해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계속 오해를 받게 됐고, 그때마다 화가 나서 마찰을 빚게 됐다고 한다. 정기적인 상담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화와 감정 기술 등을 습득해 원만한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분노를 조절하고 이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훈련을 연습하게 했다.

사례 5

 

해준 것도 없이 간섭만 하는 부모님이 짜증나요(초6 남학생)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엄마는 공부와 관련된 것만 물어보고 잔소리만 해서 괴롭다는 E군.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부모님께 욕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졌다. 그 일로 인해 아버지에게 심하게 체벌을 당했고 가출을 하고 싶다는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 또 자주 싸우는 부모님 때문에 항상 짜증이 나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엄마는 답답하기만 하다.

상담은 이렇게:

원만하지 못한 부부관계가 자녀에게 심리적인 불안정감을 형성한 것이다. 사춘기 자녀의 발달 과정에 대한 부모교육이 절실했다. 부모에게 화가 난 감정을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되는지 상담을 통해 연습하도록 했고, 자신이 부모님께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탐색해보았다. 청소년 상담과 동시에 부모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회복됐다.

사례 및 상담 결과 제공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연구지원팀

Mini Interview

"중2병, 원래 있어왔던 문제들로 목소리 커지고 더 많이 공개됐을 뿐!"



 

중2병을 앓고 있는 자녀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문제는 늘 있어왔다. 없던 게 새로 생긴 건 아니다. 이전에는 아이 혼자 속상하고, 설레는 조용한 사춘기였다면 요즘은 드러낸다는 게 다르다. 다만, 사춘기로 표현되는 문제들이 매우 다양해져서 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더 어려워한다. 아이들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엔 부모도 정말 많이 달라졌다.

부모가 달라졌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과거에는 아이 문제가 곧 부모 자신의 문제였다. 아이들을 상담소에 데리고 오더라도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요즘은 학원에 맡기듯 한다. "자, 아이 데리고 왔어요" 하고 뒤로 빠지는 식이다. 책임감이 없다기보다 요즘 부모들이 워낙 바쁘다. 자기 살기도 바쁜 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진짜 어른이 얼마 없다. 사춘기 문제로 부모가 힘들고, 사회가 힘들다는 것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버팀목이 돼줄 만한 어른 노릇을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커졌는데 그 목소리를 감당할 어른은 약해졌다.

중2병으로 대표되는 아이들의 고민이 궁금하다.

 

우리 원에서는 1년에 8만 건 정도를 상담한다. 상담 내용을 분류하면 13가지 카테고리로 정리된다. 그중 가장 많은 것은 대인관계이고 그 다음이 가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따돌림 관련 문제가 증가했고, 가족 간의 갈등도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그 내용을 보면 옷차림이나 화장,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문제 등 갈등거리가 다양해지고 주제도 새로워졌다.

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를 하나 꼽는다면?

 

단연 스마트폰 문제다. 언제 사주면 되는지 물어올 정도로 꼭 사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조언하자면 안 사주면 좋겠지만(웃음), 사주어야 한다면 최대한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는 거다. 또 "알았어. 대신 공부나 잘해" 하면서 아무런 기준 없이 덥석 사주어도 안 된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생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물건이다. 어떤 것을 구입할 건지, 요금제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 어떻게 사용할 건지 아이와 상의하고, 일상생활에서도 아이와 합의된 규칙을 가지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부모들이 힘들다고 하지만 실상 아이가 특별히 나쁜 짓을 저질렀다기보다는 아이에 대해 부모로서 아는 것이 없어 놀라고 불안한 것이다. 요즘 부모는 너무 바빠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신의 아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부모가 많지 않다. 같은 문제가 터져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태도가 다른 것은 누가 얼마만큼 더 알고 있는가, 하는 정보의 차이다. 학원은 어디가 좋은지 알면서 아이 문제는 어디서 도움을 받고 상담받을 수 있는지는 모른다고나 할까. 부모가 성숙하지 않으면 아이 문제는 늘 어렵기만 할 것이다. 사춘기 자녀를 대할 준비, 알려고 하는 노력만으로도 많은 것이 개선된다.

아무리 혹독한 중2병을 앓았더라도 이겨낸 사례들이 있을 것이다.

 

중학생 아들의 인터넷 게임 문제로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아이를 만나보니 게임을 잘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나름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제지하니 문제가 생긴 거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알고 보니 어머니는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선생님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24시간 감시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장생활로 바쁜 엄마가 어린 시절 자신을 방치했다고 생각했다. '대체 엄마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라는 원망도 했다. 중요한 건 그 엄마의 자세였다. 아이의 문제가 자신에게서 비롯됐음을 인정하며 상담에 적극적이었고, 아이가 아닌 자신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아이에게 정식으로 사과도 했다. 어느 날 상담을 받고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에 탄 후 아이가 말없이 엄마 손을 꼭 잡더란다. 상담이 성공하려면 상담자와 아이, 부모 삼박자가 그야말로 잘 맞아야 하지만, 결국 성공의 열쇠는 부모가 가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전문가의 구체적인 가드라인을 듣고 싶다.

 

청소년들이 가장 기대하는 사람이 신뢰가 가는 성인 친구라고 한다. 신뢰가 간다는 것은 일관성을 뜻한다. 성인 친구라는 것은 어른이되, 친구같이 동등한 위치를 말한다. 즉, 일방적인 관계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녀가 사춘기가 됐다면 도 닦을 때가 됐다고 생각하라(웃음). 엄마에게 말대꾸하고 비꼬고 반항하는 것을 우리 쪽 전문 용어로 '게임 걸기'라고 한다. 아이들의 게임 걸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그러면 싸움만 일어나고 엄마도 상처받는다. 엄마가 미운 게 그 시기 아이들이다. 애들은 애들대로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고민도 많고 진짜 힘들다. 어른으로서 단단하게 버텨줄 것을 부탁하고 싶다.

학부모들에게 당부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담기관으로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있고, 각 시도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있으며, 교육부 쪽으로는 위(Wee)센터가 있다. 모두 무료다. 사춘기 자녀가 있다면 적어도 이 정도 기관은 알고 있는 게 좋다. 그리고 사설 상담기관들을 이용하려면 상담자가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정도는 확인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심리, 교육, 사회복지 등 관련 학과 전공을 기본으로 상담과 관련된 국내 학회가 두 군데 있는데, 적어도 학회 발급 상담 자격증은 갖고 있어야 어느 정도 공신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 ■사진 / 조민정, 안진형(프리랜서)
■도움말 / 이영선(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상담 교수), 강금주(「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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