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09.10.12 21:49
10월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시인 오세영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13 | 그 꽃 [1] | 물님 | 2009.11.22 | 2063 |
312 | 나는 천개의 바람 [2] | 물님 | 2010.01.24 | 2060 |
311 | 톱과 낫 거두기 [3] | 이중묵 | 2009.01.17 | 2056 |
310 | 사랑하는 별하나 [1] | 불새 | 2009.09.24 | 2050 |
309 | 박재삼, 「가난의 골목에서는 [2] | 물님 | 2013.01.23 | 2047 |
308 | 나는 당신의 마음을 지니고 다닙니다 [1] | 물님 | 2010.03.17 | 2047 |
307 | 사대원무주 四大元無主 [7] | 구인회 | 2010.02.06 | 2045 |
» | 10월 [1] | 물님 | 2009.10.12 | 2036 |
305 | 마지막 향기 [2] | 만나 | 2011.03.16 | 2030 |
304 | 담쟁이 | 물님 | 2014.05.13 | 2021 |
열매가 떨어져 생명이 되고
생명이 떨어져 영원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