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7355
  • Today : 1129
  • Yesterday : 1296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2009.02.04 11:39

이중묵 조회 수:1487

내 아비 네 아비 /  이중묵


색동옷 입고 펄쩍 독사탕 물고 뱅뱅 콧물 달고 껑충
혼자 노는 아이 옆에
키다리가 어슬렁거리고
뻐드렁니가 눈을 반짝이더라. 언제냐

키다리는 색동이 눈앞에
동그라미를 휘리리릭 그리더니
빨고 있는 독사탕을 냅다 빼앗았고
뻐드렁니가 키다리를 보면서 손을 벌릴 때
아이는 울음보를 터뜨리더라.

똥밭을 뒹굴며
울어 젖히는 아이에게
키다리는 제 것인 양 사탕을 주고
웬걸, 아이는 키다리 허리춤에 매달리며
키다리야 ‘나는 네가 참 좋아’ 하더라.

저게 불쌍한 내 아비란다.
내 것 빼앗아 나에게 주는데, 빼앗아서 뻐드렁니에게 주려다 나에게 주는데
그저 좋다고 머리 조아리는, 머리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저게 불쌍한 네 아비란다.


2008. 08. 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1480
282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504
281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478
280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1468
279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1471
278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1470
277 신록 물님 2012.05.07 1497
276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1492
275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1465
274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1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