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말하는 고려인들의 비석
2006.04.23 20:47
카자흐스탄 우수토베
이 병 창
나라를 잃으면 사람도
개가 된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개처럼 끌려와
내던져진 고려인의 벌판
살아 남기 위하여
오직 한목숨 부지하기 위하여
파들어간 우스토베의 땅굴 앞에서
나는 망연하게 지평선만 바라 보았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십여만의 생목숨이 죽었다는 데
피묻은 역사의 현장에는
죽어서 말하는 비석들만 줄지어 있다.
까라딸 검은 강물처럼
타들어 간 가슴들을 오늘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나는 여기 비운의 땅에서
통곡의 벽 하나 갖지 못한 조국을 생각한다
지금쯤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목청소리로
도배질 당할 조국을 생각한다.
일천구백삼십칠년 시월을 기억하라고
또다시 개처럼 끌려 살면 안된다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한다고
우스토베 원혼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73 | 왼손의 쓸쓸함에 대하여 [3] | 운영자 | 2008.04.07 | 2726 |
372 | 돌 [3] | 하늘꽃 | 2008.05.01 | 2725 |
371 | 매미 소리 속에 매미가 있다 | 이병창 | 2005.09.05 | 2709 |
370 | 사족.. 물님의 시에 음악을 달다.. [2] | 새봄 | 2008.03.29 | 2705 |
369 | 카이로스 시. 기도.1 이병창 [3] | 하늘꽃 | 2008.04.22 | 2702 |
368 | 바람 [6] | sahaja | 2008.04.30 | 2696 |
367 | 불재의 봄 [4] | 운영자 | 2008.04.09 | 2691 |
366 | 모서리를 읽다 | 김경천 | 2005.10.11 | 2689 |
365 | 달팽이 [7] | 운영자 | 2008.06.08 | 2684 |
364 | 킬리만자로의 돌 [1] | 하늘꽃 | 2008.05.08 | 2681 |
..........
가슴이..
부끄러움으로 물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