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2021.08.11 05:06
바람이 바뀌었다
박노해
천둥번개가 한 번 치고
시원한 빗줄기가 내리더니
하루아침에 바람이 바뀌었다
풀벌레 소리가 가늘어지고
새의 노래가 한 옥타브 높아지고
짙푸르던 나뭇잎도 엷어지고
바위 틈의 돌단풍이 붉어지고
다랑논의 벼꽃이 피고
포도송이가 검붉게 익어오고
산국화가 꽃망울을 올리고
하늘 구름이 투명해지고
입추가 오는 아침 길에서
가늘어진 눈빛으로 먼 그대를 바라본다
조용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무더운 열기와 무거운 공기와
얼굴을 가리고 말들을 삼키고
마스크 씌워져 무감하고 무디어진
내 생의 날들이여
이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맑아지고 섬세해진 나의 감각으로
거짓과 진실을
강제와 자율을
예리하게 식별해 가야겠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바뀌었다
하늘이 높아졌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63 | 모서리를 읽다 | 김경천 | 2005.10.11 | 2527 |
362 | 금강산에서. [2] | 하늘꽃 | 2008.05.09 | 2513 |
361 | 발가락 - 이보름 작품 - [3] | 운영자 | 2008.04.03 | 2510 |
360 | 우꼬 사라 우꼬 사라 [3] | 운영자 | 2008.05.29 | 2508 |
359 | 이병창 시인의 ㅁ, ㅂ, ㅍ [1] | 송화미 | 2006.09.13 | 2501 |
358 | 따뜻함에 대하여 [6] | 운영자 | 2008.07.03 | 2497 |
357 | 모든 것이 그대이며 나인 것을 아는 그대 [1] | 채운 | 2006.07.24 | 2477 |
356 | 입암산 (당연히 물)음악도 있어요 [2] | 하늘꽃 | 2008.02.27 | 2446 |
355 | 불먹은 가슴 [4] | 하늘꽃 | 2008.05.27 | 2438 |
354 | 나도 목을 비튼다^^ [3] | 하늘꽃 | 2008.02.04 | 24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