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4375
  • Today : 1501
  • Yesterday : 1340


나는 숨을 쉰다

2011.11.28 21:31

물님 조회 수:1900

 

 

나는 숨을 쉰다

                             최 승호

신기해라 나는 멎지도 않고 숨을 쉰다
내가 곤히 잠잘 때에도
배를 들썩이며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숨구멍이 많은 잎사귀들과 늙은 지구덩어리와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대낮이면
황소와 태양과
날아오르는 날개들과 물방울과 장수하늘소와 함께
뭉게구름과 낮달과 함께
나는 숨을 쉰다 인간의 숨소리가
작아지는 날들 속에
자라나는 쇠의 소리
관청의 스피커 소리가 점점 커지는 날들 속에

답답해라 나는 숨을 쉰다
튼튼한 기관차도 없다 폐활량도 크지 않고
가슴을 열어
갈아 끼울 싱싱한 허파도 없다
산소를 실컷 마시지 못해
허공에서 잎이 커다랗게 벌어지는 물고기처럼
징역에 지친 늙은 죄수처럼
때때로 헐떡이고
연거푸 음침한 기침을 하면서
숨은, 쉬지 않고 숨을 쉰다

그리고 움직이는 은하수의 모든 별들과 함께
죽어서도 나는 숨을 쉴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3 풀꽃 - 나태주 [2] file 고결 2012.03.06 1839
272 고독에게 2 요새 2010.03.21 1841
271 최영미, 「선운사에서」 물님 2012.03.05 1841
270 봄날에 [1] 요새 2010.01.01 1843
269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 Rumi 구인회 2012.10.12 1844
268 눈물 [1] 물님 2011.12.22 1845
267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1849
266 거룩한 바보처럼 물님 2016.12.22 1849
265 나는 우주의 것 - 정명 키론 2011.11.21 1851
264 아침에 하는 생각 물님 2009.04.10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