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3983
  • Today : 504
  • Yesterday : 1189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2012.01.02 07:25

물님 조회 수:1687

 
오규원, 「겨울숲을 바라보며」
 
겨울 숲을 바라보며
완전히 벗어버린
이 스산한 그러나 느닷없이 죄를 얻어
우리를 아름답게 하는 겨울의
한 순간을 들판에서 만난다.
 
누구나 함부로 벗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욱 누구나 함부로 완전히
벗어버릴 수 없는
이 처참한 선택을
 
겨울 숲을 바라보며, 벗어버린 나무들을 보며, 나는
이곳에서 인간이기 때문에
한 벌의 죄를 더 얻는다.
 
한 벌의 죄를 더 겹쳐 입고
겨울의 들판에 선 나는
종일 죄, 죄 하며 내리는
눈보라 속에 놓인다.
 
 
 
시_ 오규원 -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 출생. 1965년《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순례』『사랑의 기교』『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사랑의 감옥』『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두두』 등이 있고, 시론집으로 『현실과 극기』『언어와 삶』『날이미지와 시』『현대시작법』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함. 2007년 2월 작고함.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3 비 내리면(부제:향나무의 꿈) / 이중묵 [4] file 이중묵 2009.01.21 1464
142 시인의 말 [1] file 하늘꽃 2009.01.17 1416
141 톱과 낫 거두기 [3] file 이중묵 2009.01.17 2224
140 차안의 핸드폰 [3] file 하늘꽃 2009.01.13 1496
139 목적독백 [4] file 하늘꽃 2009.01.12 1532
138 그리움 [2] file 샤말리 2009.01.12 1491
137 눈동자를 바라보며 [1] file 운영자 2008.12.28 1492
136 바다가 말하기를 [2] 운영자 2008.12.06 1825
135 행복해진다는 것 [1] 운영자 2008.12.04 1475
134 선생님 [5] 하늘꽃 2008.11.22 1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