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7640
  • Today : 594
  • Yesterday : 1117


언젠가도 여기서

2012.06.18 06:39

물님 조회 수:2713

조은, 「언젠가도 여기서」
 
 
 
언젠가도 나는 여기 앉아 있었다
이 너럭바위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지금과 같은 생각을 했다
 
그때도 나는 울지 않았다
가슴속 응어리를
노을을 보며 삭이고 있었다
응어리 속에는 인간의 붉은 혀가
석류알처럼 들어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슬픔의 정수리로 순한 꽃대처럼 올라가
숨결을 틔워주던 생각
감미롭던 생각
 
그 생각이 나를 산 아래로 데려가 잠을 재웠다
 
내가 뿜어냈던 그 향기를 되살리기가
이렇게도 힘들다니……
 
 
  시_ 조은 - 1960년 경북 안동 출생. 시집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낯선 길로 돌아오다』『마음이여, 걸어라』 등. 장편동화 『햇볕 따뜻한 집』『다락방의 괴짜들』『동생』 등. 현재  농민신문에 에세이  <시인 조은의 ‘세상을 읊다’> 연재 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흰 구름 [1] 요새 2010.07.06 2832
212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2836
211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2838
210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2839
209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840
208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2843
207 신현락, 「고요의 입구」 물님 2013.01.08 2845
206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2846
205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2849
204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