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57629
  • Today : 583
  • Yesterday : 1117


山 -함석헌

2012.10.06 08:41

구인회 조회 수:2667

              

                   
                    

   
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
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
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
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

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
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
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
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

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
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
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
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    

크신 그대
높으신 그대
무거운 그대
은근한 그대

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
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
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 함석헌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3 봄밤 - 권혁웅 물님 2012.09.20 2831
212 구름 한 점 file 구인회 2010.02.02 2836
211 나는 나 I 마에스터 에크하르트 (Master Eckhart) 구인회 2012.07.24 2838
210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1] 물님 2011.10.10 2839
209 연애시집 - 김용택 [2] 물님 2010.10.29 2840
208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2843
207 신현락, 「고요의 입구」 물님 2013.01.08 2844
206 초 혼(招魂) [1] file 구인회 2010.01.28 2846
205 정지용,「별똥이 떨어진 곳」 물님 2012.07.01 2849
204 산수유 댓글 file 심영자 2008.03.29 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