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485212
  • Today : 1459
  • Yesterday : 927


지리산에 와서야

2016.07.31 06:34

물님 조회 수:2508



지리산에 와서야



밥을 먹으면 똥 나오고

그 밥 안 먹으면

똥도 나오지 않겠지

순서의 문제일 뿐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인 것이지.


안개 싸인 지리산 자락에서

산의 높이를 가늠하다가

계곡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바라보았어.

깊이 없는 높이

높이 없는 깊이가

없다는 것을.


지리산에 와서야

아내의 박꽃 같은 웃음 속에

얼마나 깊은 눈물이 있었는가를

보았어.

눈물이 웃음이고

웃음이 눈물인 것을.


똥과 밥이 하나인 것을 모르고

똥만 더럽다 하는 세상에서

밥, 산, 아내와 하나 되지 못한

나의 회한

가도 가도 한없이 서러운 무지를

밤새 소리쳐 토해내었지


지리산에 와서야 나는

나를 통곡하는 눈물을 만났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 산다는 것은 [1] 물님 2017.01.28 2590
50 심봉사 예수. 이병창 [1] 구인회 2016.12.12 2553
49 다비 [茶毘] [1] 물님 2016.11.24 3086
48 가을산에서 [2] 물님 2016.09.16 2418
47 경각산의 봄 [1] 물님 2016.09.15 2449
» 지리산에 와서야 [1] 물님 2016.07.31 2508
45 그대가 하나의 점이 된다면 [1] 물님 2016.07.31 2454
44 이세종 수도터 [1] 물님 2016.03.15 2421
43 화순 운주사 [1] 물님 2016.03.15 2439
42 램브란트 영감에게 외 [1] 물님 2016.03.08 2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