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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茶毘]

2016.11.24 09:55

물님 조회 수:3086


다비 [茶毘]

        물

 

삼십 여년 함께 다닌 책장을

불태우고 있다.

때로는 불 말이었다가

불사조의 형상으로

타오르던 불길은

숨 가쁘던 엄동의 세월을 보여주더니

세포 속에 웅크린 동상을 녹이고 있다.

 

이제는 저 불길처럼 뜨거워지는

일만 남았다.

나를 온전히 불태워

재가 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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