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이 LED램프에게
2016.04.04 11:32
형광등이 LED램프에게
강혜윤
커다란 형광등이 작은 LED램프에게 물었다
"얘 너는 왜 깜박거리지 않니?"
"몰라요"
오래된 무선전화기가 신상 스마트폰에게 물었다
"얘 너는 조그만 게 왜 그렇게 빠르니?"
"몰라요"
모른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작고 약한 것의 마음을 읽지 못하여
여러 번을 반복하는 모습에서 폭력의 변이를 보았다
어린아이를 축복하시고,
세리 자캐오를 받아주시고,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일으켜 세워주시던
예수님의 마음이 사무치게 그리운 주일이었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에서도
"내 눈을 보아라". 부르는 섬세하신 스승 예수
그분의 눈이 내 시각의 방향을 틀고 있었다
황금의 계명인 "易地思之"(마태오 복음7.12)를
깜박이며 비춰 준 형광등도 무겁게 전해준 무선전화기도
다시 보니 모두가 색이 다른 은혜일 뿐.
주일은 부활하신 주님의 날이
부활한 나의 날이 되도록 훈련하는 날
내가, 나 되기까지
도둑 들지 않도록 나를 지키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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