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하여
2010.09.12 17:15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신의 말 없는 기억 속에서까지도. 허나 그대들의 공존[共存]에는 거리를 두라, 천공[天空]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도록.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를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 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0 | 인동초 김대중 불사조가 되다 [3] | 구인회 | 2009.08.18 | 4874 |
59 | 인간의 굴레 | 구인회 | 2009.09.06 | 4876 |
58 | 박항률 "영혼의 소리새" | 구인회 | 2011.07.20 | 4881 |
57 | 싹뿌리 이현필의 길 [1] | 구인회 | 2009.08.14 | 4889 |
56 | 갈라파고스에서 [1] | 도도 | 2013.11.27 | 4892 |
55 | 이외수. 1 | 구인회 | 2011.07.30 | 4905 |
54 | 한낮의 여름 (수채화) [1] | 요새 | 2010.09.06 | 4909 |
53 | 비상 飛上 [2] | 구인회 | 2009.09.29 | 4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