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1509
  • Today : 1234
  • Yesterday : 1501


털중나리 피었어요

2011.06.19 08:39

구인회 조회 수:2114

1.jpg

 

2.jpg

 

3.jpg

 

 



                                 나리꽃  /  도종환 
 
 

                세월의 어느 물가에 나란히 앉아
나리꽃만 한나절 바라보았으면 싶습니다

흐르는 물에 머리 감아 바람에 말리고
물소리에 귀를 씻으며 나이가 들었으면 싶습니다

살다보면 어느 날 큰물 지는 날
서로 손을 잡고 견디다가도
목숨의 이파리 끝까지 물은 차올라
물줄기에 쓸려가는 날 있겠지요

삼천 굽이 물줄기 두 발짝도 못가서 손을 잃고
영영 헤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면 또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남은 생애를
세월의 어느 물가에서 따로따로 그리워하며 살겠지요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목이 길어진 나리꽃 한 송이씩 되어
바위 틈에서고 잡풀 속에서고 살아가겠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 각시붓꽃[장미연미(長尾鳶尾)] file 구인회 2011.05.07 1830
86 수인이와 노랑민들레 file 구인회 2011.05.07 1962
85 불재의 백당나무 file 구인회 2011.06.07 1835
84 황금낮달맞이꽃 file 구인회 2011.06.07 2201
83 엉겅퀴의 기도 file 구인회 2011.06.08 1944
82 불타는 붉은병꽃나무 file 구인회 2011.06.09 1952
81 찔레꽃 file 구인회 2011.06.10 2034
80 기쁜소식 "아이리스" file 구인회 2011.06.10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