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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의 편지 / 가만히 있어도

2012.06.08 10:26

가온 조회 수:11688

 

살아가다 보면 움직여야 할 때와 가만히 기다려야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를 무시하고 요동하거나 머무는 역행하는 삶을 살아갈 때는

곤고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도 어느 정점에서 머무르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치열하게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면서

잠잠하게 남은 생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이 나이 이 시점에서 더 해야 할 일도 없고,

이루어야 할 꿈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작으나마 받을 만큼 받았고,

이룰 만큼 이룬 것 같았습니다.

 

‘꿈 너머 꿈’이라는 말도 있지만 더 이상 나아간다는 건 피곤하기도 하고

욕심처럼 여겨졌습니다.

 

어쩌면 나는 지쳐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일에 대한 의욕도 없었으며 나를 사랑하시는 분의 계획안에서

나에 대한 프로그램은 끝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불같은 기운이 속에서 차오르고

잠자던 심장이 봄 같은 생명력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노방전도를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지금 시내 한 가운데에 자리를 마련하고

모르는 이에게 전도 메시지를 전하고 상담사역과 쉼터의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뭇사람들이 오가는 길을 향해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증거하며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그분이 내 심장에 불을 지르지 않으셨다면

내 뜻과 의지로써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머무르고자 하여도 그분이 일으켜 세우시면 일어날 수밖에 없지만

잠잠하라고 하시면 아무리 요동을 해도 뜻을 이룰 수 없지요.

 

가만히 있는 것, 그 자체도 그분의 뜻 안에서는 귀중한 사역입니다.

‘.....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수14:13)

 

한 그루 나무처럼 가만히 있어도 상처가 치유되고,

초목에 이슬과 단비가 내리 듯 하늘의 평안이, 기쁨이, 새 힘이 내려

충만한 기를 뿜어내며 그분의 뜻을 이루어갑니다.

 

반면에 한 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두려움, 근심, 불안, 불평을 비롯해서

증오, 의심, 불만, 절망 등등으로 온갖 죄를 지을 수 있습니다.

 

초여름의 녹음은 한 자리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생명의 기운과 함께 산소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곁에만 있어도

지친 마음을 소생시켜주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 당신이 그 분의 뜻 안에서 머물러 있는 거라면

당신의 자리에서 해는 뜨고 지며 사계가 존재함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립니다.

당신이 우주의 중심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요동하지 않아도 역사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의 짙푸른 녹음처럼 우리도 어디서든 우리가 있는 자리에서

위로와 기쁨을 뿜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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