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72190
  • Today : 662
  • Yesterday : 843


마음에 지은 집

2020.06.23 05:13

물님 조회 수:7480

"날만 밝으면 외할머니는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열어두셨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소나기와 구름이, 땅강아지와 풀벌레 소리와 엿장수와 똥개들이 제멋대로 드나들었습니다. 탄천장에서 강경으로 옮아가는 장돌뱅이들이 등짝이 축축하거나 목이 컬컬해지면 지게를 받쳐 놓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문설주를 지나 더러더러 거렁뱅이들이 희멀거니 웃으며, 걸어 들어와도 내 집 문턱 넘어선 사람 어찌 빈 입으로 보내겠냐며, 펄펄 끓는 시래기국에 시뻘건 깍두기를 멍충이처럼 마당에 내오셨습니다.

이 담에 들어가서, 살다 살다 죽으려고, 내가 마음속에 지어둔 집이 바로 그런 집입니다. 문이라고 생긴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처닫고 사는 이웃들을 만날 때면 더더욱 외갓집이 생각납니다. 더 늙기 전에 그런 집 한 채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이관주 시인 - 마음에 지은 집


* 불재와 진달래교회는 아무나 오고 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는 곳, 하늘로 가는 터널이 뚫려 있는 곳이기를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1 우리 친구를 하얀나비 2013.01.04 7516
490 김대중- 대통령 수칙 15개 항] 물님 2019.01.02 7516
489 황새법 - 따뜻한 하루 물님 2022.01.16 7516
488 안부^^ [2] 제로포인트 2012.12.03 7517
487 암송의 중요성 물님 2013.02.06 7518
486 감사를 나누며.... [2] 도도 2012.11.28 7519
485 민손 [1] 물님 2012.12.09 7519
484 사랑은 바로 동사입니다 물님 2020.07.15 7519
483 숨을 알아차린 초등학생.... [1] file 제로포인트 2012.12.21 7526
482 위기 해법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물님 2012.11.03 7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