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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이야기 -

2011.02.17 06:44

물님 조회 수:11470

- 역사 이야기 -

민족이라는 허상

                          김홍한

 

동북아시아의 뭉뚱그려 있는 사람들이 중국 땅에 살면 중국인이요 한국 땅에 살면 한국인이요 일본 땅에 살면 일본인이다. 혈통은 관계없다.

 

아주 옛날 고조선 때, 중국 은나라가 망하면서 많은 이들이 고조선으로 몰려와서 주도권을 차지했었다. 기자조선이다. 그 후 중국 연나라의 많은 이들이 조선으로 몰려와서 살면서 또 주도권을 차지했다. 위만조선이다. 고조선이 망하고 또 중국의 많은 이들이 몰려왔다. 그들이 세운 낙랑군은 400여년을 지속했다.

낙랑이 망하고 그들이 돌아갔을까? 그 전에 기자조선의 중국인들이 돌아갔을까? 위만조선의 중국인들이 돌아갔을까? 그들은 그대로 이 땅에 남아서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2000년 전 먼 남쪽나라 아유타국의 허황옥(김해허씨)이 이 땅에 와서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780년 전 멀리 베트남의 왕족 이용상(화산이씨)이 와서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임진왜란 때 일본장수 사야가(사성김해김씨)3000명의 부하와 함께 귀화하여 역시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900여 년 전 송나라 심양의 반충(광주반씨)이 고려에 귀화하여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그의 후손이다. 800여년 전 충렬왕의 왕비이면서 충선왕의 어머니가 되는 제국대장공주의 수행원으로 온 인후(연안이씨)도 역시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역시 제국대장공주의 수행원으로 온 이슬람인 장순룡(덕수장씨)도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600년 전 이성계를 도와 조선건국에 공을 세운 여진인 이지란(청해이씨)도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 그 뿐인가 우리나라 성씨의 절반 이상이 귀화성씨이다.

일본은 어떠한가 한반도에서 넘어간 이들이 일본의 황실을 이루고 일본인들의 조상이 되었다. 백제의 무수히 많은 이들이 일본으로 가서 그들의 조상이 되었다. 임진왜란 때, 10만여 명이 포로로 붙들려가서 이제는 모두 일본인이 되었다.

중국은 어떠한가? 원나라가 몽고인의 나라이고 청나라가 여진족의 나라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당나라를 세운 이연도 호족의 피가 섞였다고 하니 중국이야 말로 온갖 피가 섞여있는 나라이다. 백제가 망하고 12,800명의 포로가 끌려가 그대로 중국인이 되었다. 고구려가 망하고는 20만 명의 포로가 끌려가서 중국인이 되었다. 1253년 몽골의 5차침입때도 20만명이 넘는이들이 포로로 끌려갔다. 그들중 돌아온이도 적지 않으나 대부분이 그냥 중국인이 되었다. 원나라의 속국으로 있는 동안 무수히 많은 공녀들이 끌려가서 중국인이 되었다. 그 중에는 높은 지위에 오른이도 있으니 원나라 순제의 황후가 된 기황후가 있다. 그의 아들이 북원의 황제 소종이다. 병자호란 때는 무려 60만 명이 포로로 끌려가 중국인이 되었다.

중국, 한국, 일본의 형편이 이러하니 혈통으로 말한다면 중국, 한국, 일본, 만주, 몽고인들이 모두 형제이다.

 

많은 이들이 신라의 삼국통일을 외세를 끌어들여 동족의 나라를 멸망시킨 통일이라 하여 매우 부정적으로 평한다. 그러나 고구려, 백제, 신라가 동족의 의식이 있었을까?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인들은 서로 언어조차 통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평안도, 함경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사람들이 만나서 자신들의 사투리로 대화한다면 통역이 필요한데 1300~1400년 전에는 오죽했겠는가? 조선시대에도 서울의 벼슬아치가 지방수령으로 내려가면 언어가 통하지 않아 필담으로 나누었다. 동족의식으로 말한다면 백제에게는 오히려 일본이 동족에 가까웠고 신라에게는 당나라가 동족에 가까웠고 고구려에게는 말갈족이 동족에 가까웠다.

그러면 가까운 조선시대 이 땅에 산 우리 조상들은 동족의식이 있었을까? 왕족, 양반, 평민, 천민의 신분이 분명한 시대에 동족의식이란 어림없는 일이다. 천민이 양반에게 당신과 나는 같은 단군의 자손으로 동족이라 한다면 그 자리에서 목이 날아갈 죄다. 조선시대에는 민족의식이 없었다. 가문만이 있었다.

그러니 우리나라의 역사를 논함에 혈통으로서의 민족개념을 가지고 역사를 논한다면 엉뚱한 일이다.

민족이란 없다. 한국 땅에 사는 한국인이 있고 중국 땅에 사는 중국인이 있고 일본 땅에 사는 일본인이 있고 미국 땅에 사는 미국인이 있을 뿐이다. 중국인이 한국 땅에 와서 몇 세대 살다보면 그대로 한국인이요 일본인이 한국 땅에 와서 몇 세대 살다보면 그대로 한국인이다. 역시 한국인이 중국 땅에, 일본 땅에, 미국 땅에 가서 몇 세대 살다보면 그대로 그 나라 사람이다.

속 좁고 욕심 많은 이들일 수록 패거리를 만든다. 속이 좁을 수록 작은 패거리를 만든다. 성인들은 어떠할까? 그분들에게 패거리는 없다. 그분들의 속은 퍽 넓어서 가문은 물론 민족이라는 것도 없다. 국가라는 것도 없다. 인종도 문제될 것이 없다. 그래서 그분들의 가르침은 국경이 없고 민족이 없고 인종도 없다. 예수님은 당신이 아브라함의 자손임을 부인하셨고 다윗의 자손임을 부인하셨다. 석가는 아버지 정반왕을 부인하였다. 무함마드는 하나님을 믿는 형제들만 있지 혈통을 같이하는 형제는 인정하지 않는다.

요즈음 우리나라에 다문화 가정이 상당히 많아졌다.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도 많다. 그들이 우리나라의 큰 소망이다. 쪼글쪼글 쪼그라져 가는 우리나라의 속 좁은 민족주의에 새 피로서 새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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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민족을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인류를 말해야 한다. 기독교는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세계평화를 말해야 한다.

최근에 고등학교 교과과목에서 국사를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결정이 있었다. 그러나 국사보다는 세계사가 먼저 필수가 되었으면 한다. 국사가 먼저라고 강변한다면 오히려 그보다 먼저 향토사나 가문의 족보가 먼저여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