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39569
  • Today : 795
  • Yesterday : 1280


김세형,'등신'

2012.03.12 12:09

물님 조회 수:1572




사람의 등이 절벽일 때가 있다
그 절벽 앞에 절망하여 면벽하고 있을 때가 있다
아주 오래토록 절벽 앞에 면벽하고 있어 본 사람은 안다
그 절벽이 얼마나 눈부신 슬픔의 폭포수로 쏟아지는
짐승의 등인가를...... 그리고 마침내는 왜?
그 막막한 절벽을 사랑할 수밖에는 없는 가를......
자신에게 등을 돌리고 앉아 있는 이의 등 뒤에 앉아
오래토록 말이 없이 면벽해 본 사람은 안다
난 늘 그렇게 절벽 앞에서 묵언정진 해왔다
내게 등 돌린 사람만을 그렇게 사랑하곤 했다
난 내게 등 돌린 이의 등만을 사랑한 등신이었다
사랑에 있어서 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등신이었다

- 김세형,'등신'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 보고 싶다는 말은 물님 2012.06.04 1586
282 뉴욕에서 달아나다 물님 2012.06.04 1596
281 호수 -문병란 물님 2012.05.23 1561
280 3분간의 호수 - 서동욱 물님 2012.05.23 1599
279 양애경 - 조용한 날들 [1] [1] 물님 2012.05.15 1545
278 빈 들판 - 이 제하 물님 2012.05.07 1554
277 신록 물님 2012.05.07 1628
276 거짓말을 타전하다 [1] [2] 물님 2012.04.24 1595
275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물님 2012.04.07 1584
274 이장욱, 「토르소」 물님 2012.03.27 1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