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84466
  • Today : 771
  • Yesterday : 1199


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07

물님 조회 수:3830

 

 

내 유년의 가르침은

                            물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1 겨울 춘몽 [3] [6] 지혜 2013.03.04 4071
40 그 꿈 [1] 물님 2013.03.05 4036
39 [1] 지혜 2013.03.24 3866
38 그림자 없는 길 [1] 지혜 2013.03.27 3948
37 냉이 밭 [3] [10] 지혜 2013.03.28 5147
36 쑥 바라보기 [2] [2] 도도 2013.03.29 4863
35 풀꽃 앞에서 [1] 지혜 2013.04.02 4212
34 사월은 [1] 지혜 2013.04.12 5021
33 모자 지혜 2013.05.06 4188
32 봄날은 지혜 2013.05.07 4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