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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돌 이야기

2010.10.26 16:08

삼산 조회 수:3090

몇일전 이병창목사님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소중한 인연 감사합니다.

감히 제가지은 동화 올립니다.

 

 

뾰족한 돌 이야기

                               김홍한

 

옛날, 숲 속 동물나라에 오솔길이 있었어요

그 오솔길은 아주 평평하고 편안한 길이었어요

그런데 길 한가운데에 뾰족한 돌이 하나 솟아올라 있었지요.

동물들은 편안하게 길을 가다가 그 돌에 걸려서 넘어지곤 했습니다.

 

어느 날, 성질 급한 멧돼지가 그 길을 가다가 걸려서 넘어졌어요

멧돼지는 화가 나서 그 돌을 힘껏 걷어 찾지요.

자기 발만 더 아팠어요 멧돼지는 투덜거리며 지나갔답니다.

어느 날, 토끼가 깡충깡충 뛰어서 길을 가다가 그 돌에 그만 코를 찧고 말았어요

토끼는 너무 아파서 엉엉 울면서 집으로 갔어요.

또 어느 날, 커다란 곰이 어슬렁어슬렁 길을 가다가 그만 그 돌을 밟았어요.

저런, 곰의 발바닥이 찢어지고 말았어요.

곰 발바닥에서는 피가 뚝뚝 흘렀어요.

곰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돌아갔어요.

 

이러한 일은 하루, 이틀 계속되었어요.

이러한 일은 한달, 두 달 계속되었어요.

이러한 일은 일년, 이 년 계속되었어요.

이러한 일은 백년, 이백 년 계속되었어요.

그래서 동물마을 어른들은 아기동물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주의를 주었어요.

“길에 있는 그 뾰족하게 튀어나온 돌을 조심하라”고....

 

어떤 착한 사슴이 있었어요.

그 사슴은 동물들이 그 돌에 걸려 넘어져서 다치는 것이 너무너무 마음 아팠어요.

그래서 사슴은 매일매일 그 돌이 있는 곳에 와서 살면서 지나가는 동물들에게 돌을 조심하라고 일러주었어요.

동물들은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지나갔지요.

온 동물마을에 착한 사슴 소문이 쫙 퍼졌어요.

그래서 동물마을 시장님이 착한 사슴에게 표창장을 주었어요.

그리고 착한 사슴은 눈이오나 비가 오나 그 돌 옆에 앉아서 지나가는 동물들이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지요.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착한 사슴도 할아버지가 되었어요.

어쩌다 사슴할아버지가 동물마을에 내려오면 동물들은 모두 절을 하며 사슴할아버지를 존경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먼 나라에서 한 나그네가 동물마을에 나타났어요.

그 나그네는 남루한 옷차림에 매우 지친 표정이었지요.

그 나그네도 그 숲 속 길을 걷게 되었어요.

한참을 걷다가 돌 있는 곳에 다다랐어요.

그러자 사슴할아버지가 소리쳤어요.

“돌을 조심하세요, 너무나 많은 동물들이 그 돌에 걸려 넘어져 다쳤답니다.”

나그네는 사슴할아버지에게 물었어요.

“당신은 왜 여기에 앉아있지요?”

사슴이 대답했어요.

“그야 동물들이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지요, 아주 옛날부터 수많은 동물들이 이 돌에 걸려 넘어져 다쳤답니다.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지요. 그런데 내가 이곳에 앉아 주의를 준 이후로는 어느 누구도 넘어져 다치지 않았답니다” 하며 자랑스럽게 말했어요.

 

나그네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그냥 지나쳐 갔습니다.

얼마 후 나그네는 다시 그 자리에 나타났어요. 손에는 쇠망치가 들려 있었지요.

나그네는 쇠망치로 돌을 쪼기 시작했어요.

“쿵, 쾅, 쿵, 쾅”

그 소리를 듣고 숲 속 나라 동물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잠시 후 뾰족한 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동물들을 괴롭혀온 그 돌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었어요.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기쁘고 즐거워해야 할 동물들이 그 나그네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어요.

특히 사슴할아버지는 매우 분해하면서 소리쳤어요.

“저놈을 잡아라, 저놈이 우리의 신성한 돌을 깨뜨렸다 !”.

그 소리와 함께 동물들은 다같이 우르르 나그네에게 달려들어 마구 때렸어요.

나그네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어요.

동물들은 나그네를 마을 밖으로 내다 버렸지요.

나그네는 큰 슬픔에 잠겨서 그 마을을 떠났습니다.

 

나그네가 떠나고 난 후 사슴할아버지는 동물들을 모아놓고 말했습니다.

“어서 빨리 전에 것보다 더 크고 뾰족한 돌을 구해다가 그곳에 다시 두어야 합니다…”

동물들은 사슴할아버지의 말대로 더 크고 더 뾰족한 돌을 가져다가 그곳에 두었습니다.

사슴할아버지는 다시 그곳에 자리 잡고 앉아서 지나가는 동물들에게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시오”하며 말했습니다.

그 할아버지의 손자, 그 손자의 또 손자, 그 손자의 손자의 손자가 오늘날에도 그 길에 앉아있습니다.

그리고 지나는 동물들에게 말합니다.

“돌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시오”.

 

* 기독교가 뾰족한 돌이 아기기를, 기독교 성직자가 사슴할아버지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

  김홍한

* 이글은 김홍한 저, <REVIEW 기독교사> , 2005년, 다산글방. 서문에 있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