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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21:16
구인회 조회 수:2610
고향의 천정 / 이성선 밭둑에서 나는 바람과 놀고 할머니는 메밀밭에서 메밀을 꺾고 계셨습니다 늦여름의 하늘빛이 메밀꽃 위에 빛나고 메밀꽃 사이사이로 할머니는 가끔 나와 바람의 장난을 살피시었습니다 해마다 밭둑에서 자라고 아주 커서도 덜 자란 나는 늘 그러했습니다만 할머니는 저승으로 가버리시고 나도 벌써 몇 년인가 그 일은 까맣게 잊어 버린 후 오늘 저녁 멍석을 펴고 마당에 누우니 온 하늘 가득 별로 피어 있는 어릴적 메밀꽃 할머니는 나를 두고 메밀밭만 저승까지 가져가시어 날마다 저녁이면 메밀밭을 매시며 메밀밭 사이사이로 나를 살피고 계셨습니다
*마디풀과(―科 Polygonaceae)에 속하는 1년생초, 모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