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년의 가르침은
2011.11.23 00:11
내 유년의 가르침은
하와를 유혹한 뱀 때문에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는
전도사님의 설교에 감동을 받고
우리는 형들의 뒤를 따라 나섰다.
뱀을 잡아 죽이자고
이 세상을 서럽게 만든 원수
뱀들을 잡아 죽이자고
우리는 논두렁과 야산을 찾아 헤맸다.
어느 날 전쟁 포로를 잡듯이
제법 큰 뱀 한 마리를 잡아
전신주 옆에 매달아 화형식을 거행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그러나 말 못하는 뱀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하지 못했다.
불길 속에서 뱀은 무어라고 항변하며
죽어 갔을까.
뱀마저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원망과 탓의 비빔밥을 먹어대며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서
뱀을 향한 돌팔매질부터 배운
어린 날의 예배당
내 유년의 가르침은 그래서 슬프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01 | 세월호 주범, '관피아' 아니라 '고피아'다 | 물님 | 2014.05.10 | 7511 |
300 |
가온의 편지 / 흑 자
![]() | 가온 | 2013.02.04 | 7511 |
299 | 프란츠 카프카 | 물님 | 2021.12.31 | 7506 |
298 | 뜻을 적다 [1] | 물님 | 2013.09.13 | 7504 |
297 | 거절하는 법 | 물님 | 2013.02.10 | 7504 |
296 | 눈이 오는 추운 겨울에도 가온은 [2] | 물님 | 2012.01.06 | 7503 |
295 | 가장 소중한 곳 | 물님 | 2020.08.28 | 7501 |
294 | 천국독립군 | 물님 | 2014.07.14 | 7501 |
293 |
하나님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
[4] ![]() | 제로포인트 | 2013.02.12 | 7497 |
292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를 감상했어요^ | 물님 | 2021.12.02 | 74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