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tal : 2345548
  • Today : 214
  • Yesterday : 933


마음에 지은 집

2020.06.23 05:13

물님 조회 수:5966

"날만 밝으면 외할머니는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열어두셨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소나기와 구름이, 땅강아지와 풀벌레 소리와 엿장수와 똥개들이 제멋대로 드나들었습니다. 탄천장에서 강경으로 옮아가는 장돌뱅이들이 등짝이 축축하거나 목이 컬컬해지면 지게를 받쳐 놓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문설주를 지나 더러더러 거렁뱅이들이 희멀거니 웃으며, 걸어 들어와도 내 집 문턱 넘어선 사람 어찌 빈 입으로 보내겠냐며, 펄펄 끓는 시래기국에 시뻘건 깍두기를 멍충이처럼 마당에 내오셨습니다.

이 담에 들어가서, 살다 살다 죽으려고, 내가 마음속에 지어둔 집이 바로 그런 집입니다. 문이라고 생긴 문이란 문은 있는 대로 처닫고 사는 이웃들을 만날 때면 더더욱 외갓집이 생각납니다. 더 늙기 전에 그런 집 한 채 장만하고 싶어집니다.”

이관주 시인 - 마음에 지은 집


* 불재와 진달래교회는 아무나 오고 가도 아무렇지도 않은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잠그지 않는 곳, 하늘로 가는 터널이 뚫려 있는 곳이기를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1 시작하기 전에 물님 2021.03.19 5995
230 가장 중요한 곳은 물님 2020.09.16 5993
229 이성봉 목사 기념교회 물님 2021.06.10 5991
228 찰스 스펄전 물님 2021.06.10 5990
227 진달래 교회에 보내는 편지 5. 꺼지지 않는 불의 신전 [1] 산성 2022.02.11 5987
226 영웅 - 헤르만 헤세 물님 2019.09.30 5985
225 가온의 편지 / 추 억 [2] file 가온 2021.08.01 5983
224 기름 없는 등불 물님 2021.10.19 5982
223 부산샘터교회 안중덕목사 설교 일부 도도 2020.10.10 5982
222 그 사랑 지혜 2016.03.17 5982